지난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지방경찰청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고 주변인의 방조 혐의도 무혐의 처리키로 하자 박 전 시장 측근들이 '사필귀정'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역공에 나섰다.

피해자측은 2차 가해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진실 여부를 가리는 조사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주변인 7명의 강제추행 방조 건도 '혐의가 없다'며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30일 "어제(29일) 경찰 발표 내용을 보면 도대체 왜 그분이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 그 문제로 돌아간다"며 "그래서 사망의 동기 부분을 얘기해주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하는 의무인데 사망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했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찰 발표 이후 박원순 전 시장 측근들은 일제히 피해자를 공격하고 나섰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경찰 조사에 의해 고소인 측 주장이 거짓이거나, 억지 고소·고발 사건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경찰은 서울시 전·현직 직원들이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고소인 측 진술에 따라 참고인 26명과 피고발인 5명을 조사했고, 고소인 등과 대질 조사까지 진행했지만 혐의점을 밝혀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중심주의와 2차 가해 주장은 진실을 덮는 도구로 악용됐고, 고소인 측의 '4년 성폭력' 주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묵인 방조' 혐의가 명백한 거짓임이 드러난 만큼 다른 주장들 역시 신뢰하기 어렵고, 고소인 측의 4년 성폭력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경찰이 발표한 내용 중 고소인 측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게 확인됐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며 "성추행 사건은 사망했기 때문에 더 조사할 수 없어서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이 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역임해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원순 성추행·관계자 성추행 방조 의혹 모두 '불기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했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 7월10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서울시 부사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7명을 강제추행 방조 등 혐의로 고발했다"며 "경찰은 피해자와 서울시 직원 등 참고인 26명, 피고발인 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방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최종 처분과 가세연 등 고발인들의 반성하는 자세 등을 보고 무고 등 법적 조치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 7월엔 "박원순 시장님은 누구보다도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이셨다고 기억한다. 순수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시라 고소된 내용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변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 같다"며 "이후에 전개될 진위여부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과 논란 과정에서 입게 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죽음으로서 답하신 것이 아닐까"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었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실명이 노출된 자료를 공개하며 박 전 시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7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시민들이 7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외에도 박원순 전 시장의 전 비서실장들은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잇따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박 전 시장이 고소인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입술을 접촉한 것에 대해서 "오히려 고소인이 집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박원순 시장께 '호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이 속옷만 입은 사진을 고소인에게 전하며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데 대해선 "고소인이 박 전 시장에게 민소매입은 사진을 보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다"고 했다.

한편 박원순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독극물을 검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타살 의혹은 최종적으로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시장은 또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측근에게 "피해자와 4월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