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강남 대낮에도 한산…숙박 '객실 50%' 제한 뒤 예약 취소도 잇따라
코로나 사태 속 차분한 성탄 맞이…파티도 비대면으로
사건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시내 곳곳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성탄절 분위기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번화가에서 화려한 성탄절과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시민들은 각자의 집이나 호텔 등에서 가족 단위로 모임을 하거나 화상 통화를 하며 비대면 모임을 꾸렸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 정원에 놓인 구유에는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과 환자들을 특별히 기억하면서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위로를 청하며 구유를 제작했다'는 설명이 달려있었다.

성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드문드문 보였지만, 북적대는 느낌은 없었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작년에는 구유를 구경하려는 이들이 몰려 바리케이드를 쳐야 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사람이 줄어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동 거리에선 '기쁘다 구주 오셨네', '징글벨' 등 캐럴이 울려 퍼지며 성탄절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더했다.

식당을 나오며 일행과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손을 흔드는 이들도 보였다.

점심시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식당가도 한산했다.

거리를 오가는 음식 배달 오토바이나 킥보드 외에 행인은 많지 않았고, 크리스마스트리 등 장식을 내건 점포는 몇 곳 없었다.

캐럴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속 차분한 성탄 맞이…파티도 비대면으로
길에서 식당 홍보 전단을 나눠주던 50대 박모씨는 "한 달쯤 전부터 강남역에는 줄곧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데 오늘이라고 다를까 싶다"며 "배달 주문이라도 조금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성탄절 즈음이면 거리를 뒤덮곤 하던 연인의 모습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부터 수도권에서는 5인 이상의 모든 사적 모임이 금지되는 등 연말연시 특별 방역 대책이 시행되면서 숙박업소 등에서 소모임을 가지려는 사람들로 온라인 숙소 예약 사이트는 접속이 몰렸다.

모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24∼25일 서울 시내 호텔과 레지던스 등의 숙박 기준 2인용 객실의 56%, 4인용 객실의 72%가 예약이 완료됐다.

평점이 높은 숙소는 이미 예약이 끝났다.

다만 정부가 여행·관광이나 지역 간 이동을 최소화하려 내년 초까지 숙박시설 예약을 객실의 50% 이내로 제한한 뒤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숙박업소 예약도 다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박모(30)씨는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호캉스를 즐기려고 몇 주 전에 예약해뒀는데, 호텔 측에서 취소 의사를 묻는 전화가 왔길래 그냥 취소했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24일 숙박 기준으로 객실 예약률은 20∼30% 사이에서 머물고 있다"며 "운영 지침상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숙박시설 예약 제한 방침이 나온 뒤 예약 취소가 이어졌고, 외국인 관광객도 거의 발길이 끊긴 상태라 예년 이맘때보다는 방이 훨씬 많이 비었다"고 말했다.

가족끼리만 단출하게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겠다는 이들도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A(53)씨도 성탄전야에 예배를 위해 교회를 찾곤 했지만, 올해는 비대면 예배로 대신하게 됐다.

A씨는 가족 만찬을 위해 스테이크용 고기와 와인, 케이크 등을 샀다며 "집에서라도 캐럴을 틀고 성탄절 분위기를 내려 한다"고 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비대면으로 모임을 이어가기도 한다.

자취 중인 대학생 윤모(23)씨는 친구들과 비대면 파티를 하기로 했다.

윤씨는 성탄절 연휴 친구들과 '호캉스'(호텔+바캉스)를 계획했으나 최근 확산세가 심해지며 취소했다.

윤씨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혼자 있으면 적적할 것 같아 각자 배달 음식과 맥주를 챙겨 화상으로라도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