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만 누적 확진자의 60% 발생…조선소·병원·목욕탕 등 안전지대 없어
조선소 직원 5만명 퇴근 후 '집콕'…2.5단계 거제시 썰렁
세계적인 조선도시 경남 거제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2.5단계로 높이면서 인구 24만 도시 전체가 멈추다시피 했다.

거제시는 코로나19 지역감염 고리를 끊고자 경남 18개 시·군 중 처음으로 지난 21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돌입했다.

2단계부터 집합금지 대상인 유흥시설 5종 외에 거제시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 실내체육시설이 21일부터 일제히 문을 닫았다.

목욕탕도 일제히 셔터를 내렸다.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2.5단계 첫날인 21일 저녁 거제 시가지는 인적이 뚝 끊겼다.

세계 2·3위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있어 거제시 양대 번화가로 꼽히는 옥포, 장평 일대는 조선소 직원들로 새벽 출근길부터 하루 내내 붐빈다.

두 조선소에서 일하는 직원만 5만명에 이른다.

연말에는 조선소 내 부서·동창회·향우회·동호회 등이 음식점, 술집에서 일제히 송년 모임을 하면서 거제 시가지는 밤늦게까지 떠들썩하다.

그러나 2.5단계 첫날인 21일 저녁, 조선소 직원들은 퇴근 후 일제히 집으로 돌아갔다.

대우조선해양 한 직원은 "사내에 얼마 전 확진자가 생겨 3일간 조업을 중단하고 직원 4천명이 진단검사를 받아야 했다"며 "회사에서도 방역에 신경 쓰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조선소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이렇게 조용한 연말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거제 시가지는 시내버스, 택시, 음식 배달 오토바이만 오갈 정도로 통행량이 확 줄었다.

거리두기 2.5단계에서도 학원은 오후 9시까지 교습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학원가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면서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조선소 직원 5만명 퇴근 후 '집콕'…2.5단계 거제시 썰렁
22일 오전 기준 거제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27명.
이 가운데 80명이 12월 들어 양성판정을 받았다.

거제시 올해 누적 확진자 60% 이상이 12월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거제시는 8월 29일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지역확진자가 1명도 없었다.

그러나 12월 4일 지역 발생을 시작으로 확진자가 급증했다.

1·2차 유행기에 확진자가 없었던 대형 조선소 2곳도 이번 3차 유행은 피하지 못했다.

조선소와 함께 목욕탕, 병원, 스크린골프장, 술집·음식점 등에서 시차를 두고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지역감염이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거제시는 지역감염을 차단하고자 선제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에 들어갔다.

지역감염 사례가 없을 때 거제시 진단검사는 해외입국자나 자가격리자를 중심으로 100명을 밑돌았다.

그러나 12월 들어서는 진단검사 건수가 하루에 1천명 가량으로 10배나 늘었다.

조선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는 하루에 3천600명이 진단을 받았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인구수 대비 확진자 추이는 서울 등 수도권보다 심각하다고 본다"며 "2.5단계 격상이 마지막 수단이라는 각오로 이번 위기를 종결시키겠다'고 말했다.

조선소 직원 5만명 퇴근 후 '집콕'…2.5단계 거제시 썰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