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은 아파트가 직장…직장괴롭힘 금지법에 포함돼야"
제2의 경비원 사태 막자…"주민갑질=직장갑질' 인정돼야"

입주민의 폭행·협박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경비노동자와 입주민 간 갈등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제도적 허점의 하나로 지목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자와 사용자 관계에서만 인정된다.

경비노동자에 대한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은 사용자가 아닌 제3자의 괴롭힘이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강북노동인권네트워크 등 13개 시민사회단체는 최씨 사건 판결 이후 성명을 내고 "최희석씨의 희생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경비노동자 관련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7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경비노동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괄하도록 권고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에게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심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10일 최씨에 대한 상해·보복 감금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가해자 심모(4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양형 권고 형량을 넘어선 판결을 내렸지만,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경비원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안전망 보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최씨의 피해를 증언한 입주민 진모씨는 "경비원에게 아파트는 직장"이라며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서슴없이 가한 모독과 폭행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비노동자의 초단기 계약을 금지하고 노동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도 입주민의 갑질을 막을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제안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비원 10명 가운데 3명이 1년 이내 단기계약을 했다.

이 보고서에는 경비노동자들이 3개월∼6개월 단기계약이라는 고용불안 상황에서 비인격적 대우를 받아도 계약 갱신을 위해 참고 일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경비노동자의 일터와 휴게공간이 분리되지 않는 점도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씨의 산재 신청을 도운 이오표 성북구 노동권익센터장은 "업무공간인 경비초소 안에서 밥을 먹고 용변까지 모두 해결하는 경비노동자가 여전히 많다"며 "일터와 분리된 경비노동자들만의 온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정비와 더불어 경비노동자를 향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질 필요성도 제기된다.

강북노동인권네트워크는 "경비노동자도 주거공간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높이고 이웃으로 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씨가 근무한 아파트 주민 진씨도 "가장 큰 문제는 공동주택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며 "경비노동자를 함부로 대하는 일 자체가 갑질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의 경비원 사태 막자…"주민갑질=직장갑질' 인정돼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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