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용당 캠퍼스
부경대 용당 캠퍼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교수 50여 명을 새로 뽑아 교육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부경대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장영수 부경대 총장(사진)은 지난 17일 취임식 후 부경대 총장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대학이 현재 수준에 머문다면 경쟁력을 잃어 미래에 생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총장은 지난 10월 19일 교육부로부터 부경대 제7대 총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2024년 10월 18일까지 4년이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악화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총장을 맡았다. 장 총장은 ‘제2의 창학’이라고 할 정도의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총장 후보자로 당선된 뒤 직무준비위원회가 꾸려져 40일 전부터 부경대 집행부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고민했다”며 “그 덕에 업무 파악을 미리 하고, 방향 설정을 한 뒤 임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영수 총장 "제2 창학 각오로 부경대 혁신…미래인재·일자리 창출 요람 만들 것"
장 총장은 “과거의 틀에만 함몰되면 변화하는 국내외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며 “25년간 하지 않은 대대적인 학사 구조 개편을 통해 학과 신설과 인재 양성의 선순환 시스템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오 융합학과, ICT(정보통신기술)융합학과, 빅데이터학과, 소프트웨어학과,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기존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부경대만의 색깔을 갖춰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통 분야인 기계와 선박, 냉동공학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하고 의과학, 바이오, 국제교육, 마이스산업 분야의 인재를 길러내는 특성화된 종합대학으로 자리잡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총장은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특성화된 종합대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덕신공항이 필요하다”며 “허브공항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인적, 물적, 정보 교류는 물론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지역화, 국가화, 글로벌화하는 매체로서 기능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이 갈수록 어렵다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걱정했다. 장 총장은 “산업구조가 취약하고 특성 분야인 해양과 수산 쪽도 고부가가치 산업이 없어 고급 일자리가 잘 생기지 않는 것은 물론 산업경기가 나빠 주력 산업인 조선, 정밀기계, 선박물류, 수산도 매출이 줄고 산업 구조조정도 잘 되지 않고 있다”며 “교육체계를 새롭게 바꾸는 것도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총장은 “과감한 개혁과 혁신을 하지 않으면 국립대도 대학 간 통합과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교육개혁과 함께 산학협력 예산, 국가 예산을 1 대 1로 끌어올려 대학 자립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교수와 대학이 확보하고 있는 연구개발(R&D) 고급 기술과 특허 등 지식재산을 시장에 내놓아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했다. 이는 국립대학의 재정이 국가지원금과 대학등록금으로 마련되는 점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장 총장은 여성 부총장을 임명했다. 오랜 기간 입학본부장을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은 채영희 교수를 학무부총장으로 발탁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우수한 여성 인재가 많음에도 주요 보직에 진출한 여성은 많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학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이런 경향이 더 심한데, 부경대 집행부는 본부 보직자 36명 중 여성이 5명(13.9%)으로 국립대 중에서 많은 편”이라고 했다.

장 총장은 산학협력의 대표 대학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부경대 용당캠퍼스를 한 단계 점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용당캠퍼스는 1차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산학협력단지로 자리잡았다”며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기업과 알찬 내용을 채울 수 있는 2단계 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학마다 비슷하겠지만 학생이 줄어들면 캠퍼스 여유공간이 생겨난다. 이런 공간을 활용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수와 연구진, 기업, 지자체, 국가기관이 함께 돈이 되고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게 장 총장의 목표다.

부경대는 수산 분야의 글로벌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시범 운영하고 있는 세계수산대학의 정식 개교가 눈앞에 놓인 과제다. 세계수산대학을 개교하면 세계 최고 수산 분야 대학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는 “내년 5~7월께 열릴 예정인 로마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이사회에서 세계수산대학을 부경대에 설치하는 인준 문제를 결정한다”며 “세계적 교육을 맡길 수 있는 안전한 국가라는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현재 22개국 30명의 학생이 세계수산대학 시범학교에 와 공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대로라면 정식 개교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보완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 총장은 “부경대는 수산 관련 분야에선 명성이 높아 베트남과 중국, 아프리카 등의 학생들이 진학하고 있다”며 “이들은 학위를 따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대학교수와 고위 공무원으로 자리잡아 수산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부경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외국 학생을 받아들여 한국 교수와 학생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교육의 질도 함께 높여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갈 새로운 비전으로 ‘혁신 창학’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힘찬 도전’도 강조했다. 그는 “혁신 창학을 위해 자율과 창의가 바탕이 된 혁신을 이루고, 교육과 행정에서 자율을 회복하고, 창의적인 융합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연구, 행정을 실현하겠다”고 설명했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장 총장은 현장총장, 발로 뛰는 총장으로 통한다. 부산시와 부산상의 등 포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전문가, 기업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찾는다. 학생들의 우수성도 알리고 취업 부탁은 필수적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총장실에 안주하지 않고 외부 활동을 강화해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이 학교 대면교육을 받고 일부 학생은 비대면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온라인 강의 비중을 절반 정도로 높일 계획”이라며 “비대면 강의를 알차게만 해낼 수 있다면 장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공과 교양, 비교과 활동의 비율을 잘 조절해 균형있고 창의력을 갖춘 융합인재를 길러낸다는 목표다.

부경대에서는 불필요한 규제와 문서도 과감히 없앨 계획이다. 교수들의 연구연도를 2년까지 보장하고 연구지원비를 확대해 자율적인 연구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강의실 수업 위주가 아니라 산학협력, 봉사활동, 어학, 국제자격증 등의 창의적 경험을 많이 쌓게 할 계획이다.

장 총장은 1988년 부경대를 졸업, 일본 도쿄해양대 수산학 박사학위(1994년)와 한국해양대 경영학 박사학위(2007년)를 받았다. 1995년부터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산과학대학장, 대외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분과위원회 위원,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