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연기가 가장 큰 힘…시즌3 연출한다면 영광"
'비밀의숲2' PD "검경 수사권 문제, 편중되지 않게 보여준 듯"
'안개'는 은폐된 사건의 진실로 지치지 않고 다가가는 황시목과 배두나의 모습을 연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었다.

tvN '비밀의 숲' 시즌2 오프닝부터 포스터까지 곳곳에 등장한 안개에 대해 박현석(47) PD는 "주제 의식을 중의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제대로 구현하려 애썼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종영 후 14일 서면으로 만난 박 PD는 안길호 PD가 연출한 시즌1이 작품성 면에서 워낙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면서도 이번 작품의 줄기부터 디테일까지에 담긴 확고한 생각을 들려줬다.

박 PD는 먼저 "시즌1의 크기나 성과를 알고 있는지라 중압감이 컸다"며 "부족하지만 시즌1에서 시즌2로 이어지도록 잘 연결한 것 같아 조금은 안도하고 있다.

진정성을 받아주신 시청자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시즌2는 통영 대학생 사망 사건으로 시작해 서동재(이준혁 분) 검사 납치 사건까지 여러 사건이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다가 다시 하나로 뭉쳐지는, 이수연 작가 특유의 작법이 눈에 띄었다.

"추리극이 으레 가져가는 플롯이 있지만 작가님은 그런 식으로 드라마를 시작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쉬운 선택지들도 있었지만 '사소하고 평범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가'라는 주제 의식을 대본으로 구현했죠. 그래서 전체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할 배우들의 감정, 복선, 사건의 단서, 정보를 보여주는 소품 등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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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강원철의 사인, 4화 세곡지구대의 진실, 6화 서동재 실종, 8화 범인의 메시지, 10화 경찰 시계 등 매회 충격 엔딩도 인상적이었다.

박 PD는 "전적으로 극 구성은 작가님이 정리했다.

이미 1회를 쓸 16회 엔딩과 이어지는 내용을 구상했기에 가능했던 엔딩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회 이창준 등 시즌1 인물들을 등장시킨 데 대해서는 "안개 속 사건으로 시작해서 옳고 그름의 분별이 더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사건을 해결하고 이를 빠져나온 황시목이 이창준(유재명), 영은수(신혜선) 등을 꿈속에서 만나는 장면은 시즌2를 닫는 분위기로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밀의숲2' PD "검경 수사권 문제, 편중되지 않게 보여준 듯"
시즌2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대립을 그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워낙 정치·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이다 보니 다루는 것 자체가 부담됐겠다는 말에 박 PD는 "개인적으로는 편중되지 않고 적확한 부분을 보여준 것 같다"며 "결국 드라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고 옳은 길을 향해가는 황시목(조승우) 검사, 한여진(배두나) 경감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답했다.

검경 양측으로부터 작품에 대한 '피드백'이 온 게 있냐는 물음에는 "제작 시 관련된 정보를 주고, 고증을 해주거나 촬영 장소 확보 등에 많이 협조해 줬지만 내용 관련 피드백은 일절 주지 않았다"고 했다.

검경 협의회 장면에서는 양측의 대사량이 워낙 많았는데, 박 PD는 화면 전환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교차편집이나 대사가 전달해주는 정보들을 실제로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조금 커버한 것도 있지만 대본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배우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완전히 몰입하도록 현장을 조율하는 것이었죠. 배우들이 디테일을 채우고 리얼리티로 그려낸 장면들이라 길어도 에너지가 넘쳐났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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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눈앞에서 조승우, 배두나, 최무성, 전혜진 등의 연기를 보는 건 아주 근사한 경험이었다.

캐릭터는 생생했고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며 "'비밀의 숲'을 '비밀의 숲'답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배우들 연기였다"고 강조했다.

박 PD는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시청률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감사한 성적"이라며 "시즌3를 하게 된다면 나 말고 나은 선택지들이 있겠지만 팬으로서 제안이 온다면 영광일 것 같다.

작가님이 흐른 시간 만큼의 이야기를 또 담아내 주시면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비밀의숲2' PD "검경 수사권 문제, 편중되지 않게 보여준 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