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무료 접종이 다시 시작되는지 알 수 없어서요. 몇 만원 들여서라도 빨리 아이 예방 접종을 하려 해요.”4살 자녀를 둔 김모(32)씨는 "아는 간호사를 통해 올해 백신이 부족할 수 있으니 아이들 데리고 빨리 접종 받으러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열만 나도 병원 가기 어려운 상황에 독감이라도 걸리면 큰일"이라며 "올해 예방 접종은 필수 같다. 유료로라도 빨리 맞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백신 중단되면 어떡해"…부모들 '유료접종' 문의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및 임산부 대상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 접종을 급히 중단했다. 백신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탓이다. 이에 학부모들 중심으로 백신 접종 시기 연기가 언제까지 될지, 물량이 부족하진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독감 백신 접종 중단 관련 브리핑에서 "조달 계약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백신 냉장 온도 유지 등 부적절한 사례가 어제 오후 신고됐다"고 말했다.조달 계약을 통해 총 1259만 도즈(1회 접종분) 분량을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는데, 해당 조달 업체가 맡은 500만 도즈 중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설명이다.무료 예방 접종이 일시 중지·연기되자 일선 병원에는 유료 예방 접종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 당시 벌어진 마스크 대란처럼 자칫 '백신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맘카페 게시판에는 "올해 코로나 때문에 백신이 모자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마음 편히 돈 주고 맞히는 게 나을 수 있겠다" "유료 접종마저 어려울까 무섭다" 등의 걱정 섞인 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누리꾼이 "빨리 만 10개월 둘째 1차 접종 맞히고 오늘 만 38개월 첫째를 맞히려 했더니 이런 사단이 났다"고 쓰자 게시글을 읽은 다른 누리꾼들도 "고민 중이다" "그게(유료 접종) 좋을 것 같다"라며 동의하는 댓글이 뒤따랐다.벌써부터 유료 접종 가능한 병·의원과 가격 등을 물으며 정보를 공유하는 글도 등장했다. "OO지역 독감 유료 접종 가능한 곳(병원) 아시나요?"라고 묻자 "OO내과에서 4만원에 접종하고 있다" "근처 내과에 전화해보니 모두 4만원이었다" 등이 답글이 이어졌다. 의료계 "질병관리청 소홀한 대처에 부모들 불안감"의료계는 부모들의 이같은 불안 심리는 질병관리청 대처가 다소 소홀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개인병원 의사 김모(52)씨는 "만12세 이하 어린이 백신은 기존에 확보된 물량이다. 조달 업체와 경로도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와는 달라 논란과 상관 없다"며 "그런데 정부가 전체 무료 접종에 대한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무료 접종까지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만 12세 이하 어린이 대상 접종까지 중단하는 바람에 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에 유료 접종이라도 하겠다는 문의가 쏟아진다는 얘기다.그는 "소아과협회에서 질병관리청에 만 12세 이하 아이들에 대한 무료 접종 중단은 풀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만 12세 이하 아이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무료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신현아/김기운/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이 지난 8일 시작됐다. 생후 6개월~만 18세 어린이·청소년, 임신부 및 만 62세 이상 고령자로 전 국민의 37%인 1900만 명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시행한다. 독감 접종 시작정부는 독감 예방을 위해 올해 중·고교생인 만 13∼18세(285만 명), 만 62∼64세(220만 명)로 대상자를 확대했고 지원 백신은 기존 3가 백신에서 4가 백신으로 변경했다. 독감 예방접종은 두 번을 맞아야 하는 영아, 어린이부터 시작한다. 2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어린이 중 독감 백신을 이번에 처음 맞거나 2020년 7월 1일 전까지 한 번만 맞았던 어린이다. 한 번 맞고 나면 4주 뒤에 두 번째 접종을 하면 된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과 예방 효과를 고려해 가능하면 11월까지 2회 접종을 완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1회 접종 대상 어린이는 독감 유행 기간에 충분한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무료 예방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어린이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제공하는 지정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1만여 곳이 있다. 주민등록상 거주지에 상관없이 전국 어디서나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제주도는 독감 유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료 접종 대상을 전 도민 69만5000명으로 확대하는 도 자체 사업을 시행한다. 지원 백신도 기존 3가에서 4가로 변경했다. 독감 예방은 접종이 최선독감 예방접종의 최적기는 10~11월이다. 독감 유행 시기가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이기 때문이다. 면역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예방접종을 하면 2주 뒤에 항체가 형성돼 6개월가량 지속된다. 만약 너무 일찍 맞으면 유행기 후반에 면역력이 떨어져 독감에 걸릴 수 있고, 반대로 늦게 맞으면 항체가 형성되기도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독감과 감기는 증상이 비슷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지만 다른 병으로 분류된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침투해 발생하는 병으로 감기보다 증상이 심하고 폐렴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세균성 폐렴이다.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독감까지 걸리면 증세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건강한 성인은 백신 바이러스주와 유행 바이러스가 일치할 때 약 70~90%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개인별 면역에도 차이가 있어 예방접종을 하고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어린이, 어르신, 만성질환이 있는 접종자의 경우 예방접종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받지 않았을 때보다 좀 더 약하게 앓고 지나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드물게 유행 시기가 아닐 때 독감을 앓는 경우가 있다. 한 번 독감을 앓고 지나갔기 때문에 이번 겨울에는 독감을 앓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독감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해서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예방접종을 통해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지난해 국가 독감 예방접종 사업에는 3가 백신이 사용됐다.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1종이 들어 있다. 4가 백신은 B형 바이러스 1종이 더 들어 있다.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가 4가 백신을 맞으려면 개인 비용을 내야 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국민 수요 등을 감안해 무료 백신을 4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독감 예방접종은 코로나19 대응에도 도움독감에 걸리면 고열, 기침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 따라서 독감을 철저히 막는 것은 개인 건강뿐만 아니라 국내 코로나19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독감 백신이 보편화한 만큼 예방접종을 통해 위험요소를 한 가지라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안전한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몇 가지 안내사항을 설명했다. 의료기관 내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해 사전예약 시스템을 활용하면 가까운 지정 의료기관을 예약할 수 있고 전자 예진표를 작성하면 병의원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예방접종 도우미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전 예약과 전자 예진표를 작성할 수 있다.예방접종을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땐 접종 대상자와 보호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두 살 이하의 영유아, 주변 도움 없이 마스크를 벗기 어려운 사람, 마스크를 쓰면 호흡이 어려운 사람은 착용하지 않는다. 의료기관에 들어서면 비누와 물로 손을 씻거나 65% 알코올 세정제로 손을 소독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어린이의 안전한 접종을 위해 보호자는 접종 전후 아이 상태를 잘 살피고, 의료인은 예진과 접종 후 15∼30분 관찰로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하고 백신을 안전하게 보관해달라”고 당부했다.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정부가 생후 6개월~만 18세와 임신부, 만 62세 이상 등을 대상으로 8일부터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합병증 위험이 높으면 독감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기가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