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긴장감 조성 안되길"…연평도 주민들 호소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연평도 주민들은 큰 동요 없이 일상을 이어갔다.

다만 연평도를 중심으로 남북 긴장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25일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어민들은 여느 때와 같이 오전 일찍 꽃게 조업에 나섰다.

마을 곳곳에선 형광 조끼를 챙겨 입은 공공근로자들이 환경 정화 작업에 한창이었다.

가을 햇빛 아래 마늘을 까고 있던 한 주민(90·여)은 "북한에서 쏜 총에 맞아 우리 국민이 죽었다는 얘길 들으니 마음이 안타깝고 뒤숭숭했다"면서 "그렇다고 이곳 주민들 일상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숙박업을 하는 변모(61·남)씨는 "실종된 공무원이 타고 있던 499t급 어업지도선은 주변 수심이 얕은 연평도로 입항하기 어렵다"며 "실종 지점이 소연평도 해상일 뿐이지 섬 주민들과의 접촉은 전혀 없는 셈"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도한 긴장감 조성 안되길"…연평도 주민들 호소
군과 정보 당국은 지난 21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 A(47)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22일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A씨가 연평도 인근 해역의 조류를 잘 알고 있는 데다가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하고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토대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중근 연평어촌계장은 "아직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데도 A씨의 월북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불안감만 조성할 뿐"이라며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평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64·남)씨는 북한 포격 도발의 아픔을 품고 있는 연평도가 또다시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질까봐 걱정했다.

김씨는 "지난 6월 개성 연락사무소 폭발 당시 연평도 상황이 주목을 받은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벌어지면 섬 주민들이 조금씩 불안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오히려 외부 시선에 연평도가 아주 못 올 곳처럼 낙인찍히는 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긴장감 조성 안되길"…연평도 주민들 호소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오전부터 수사관 7명을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있는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로 보내 2차 조사를 하고 있다.

무궁화 10호는 공무원 A씨가 실종되기 전까지 타고 있었던 배다.

해경은 전날에도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6시까지 무궁화 10호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와 함께 500t급 함정 3척과 300t급 1척을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투입해 A씨 시신 등을 수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해경은 현재까지 무궁화 10호에서 A씨의 개인 수첩, 지갑, 옷가지 등은 확보했지만, 그의 휴대전화나 유서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