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 냉장차서 1t 냉장차로 옮기다 일부 백신 상온에 방치한 듯
업계 일각 "몇시간 상온 노출로 제품 효과·안전성 큰 문제 없을 듯"
'백신 상온노출' 업체 조달업무 올해 처음 맡아…"경험 부족"(종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물량을 노출한 것으로 파악된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정부와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은 2∼8도 사이의 냉장 상태로 배송돼야 하지만, 신성약품과 계약한 일부 위탁 배송업체는 기준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백신을 운반했다.

일부는 냉장차에서 냉장차로 백신을 옮겨 싣는 배분 작업을 야외에서 진행하면서 차 문을 열어두거나 백신을 판자 위에 올려두고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 올해 조달업체로 처음 선정…"일부 배송기사, 냉장차 문 한참 열고 분배"
22일 보건당국과 백신 제조사 등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백신 조달 업체로 선정됐다.

그간 백신을 조달했던 업체들이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바람에 제조사로부터 백신 공급 확약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고, 제조사 대부분으로부터 확약을 받은 신성약품이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계약을 따냈다.

현재 상온 노출로 문제가 된 물량은 신성약품이 정부에 조달하기로 한 총 1천259만 도즈(1회 접종분) 가운데 500만 도즈다.

이 물량은 전날까지 의료기관으로 배송이 완료됐고, 당초 계획으로는 이날부터 시작될 13∼18세 학령기 국가 무료접종 등에 쓰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이 전날 밤 배송상의 문제점을 신고받고 국가 접종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아직 1도즈도 접종에 쓰이지는 않았다.

백신은 배송·보관 과정에서 2∼8도 사이, 평균적으로는 5도의 냉장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온도 관리에 실패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통은 온도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창고에서 분배 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 업체가 고용한 일부 배송 기사들은 공터 등에 모여 백신을 분배하면서 냉장차의 문을 한참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5t 냉장차로 백신 상자를 싣고 와 각 지역으로 떠날 1t 냉장차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데, 여름철 차 문을 열어두면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문을 닫은 후에도 기준 온도 도달에 한참이 걸린다.

이 같은 배송 문제는 과거 백신을 다룬 경험이 있었던 몇몇 배송 기사의 지적으로 처음 외부에 알려졌고, 질병관리청은 전날 오후에 관련 신고를 받았다.

질병관리청은 냉장차에 부착된 온도계를 통해 배송 당시 온도를 확인하고 있다.

'백신 상온노출' 업체 조달업무 올해 처음 맡아…"경험 부족"(종합)
◇ "상온 노출, 큰 문제 못 될 것…조달사 선정 지연 따른 준비부족도 요인"
업계에서는 백신은 배송 과정에서 일정 시간 상온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배송 규정에도 냉장차에서 물건을 꺼내 내용물과 물량을 확인한 후 다시 냉동차에 넣게 돼 있는데, 이 작업은 신속히 이뤄져야 하고 방치 상태로 상온에 오래 남아있으면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성약품이 공급한 백신을 수거해 안정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고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 백신 제조사 임원은 "상온에 몇시간 노출됐다고 해도 제품 안정성에는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며 "생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어서 역가(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작고,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도 백신이 맹물이 되는 것과 같아 안전성에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성약품이 백신 배송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데다 올해 조달사 선정이 지연되면서 냉장유통(콜드체인) 준비를 충분히 못 해 상온 노출 문제가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부가 시중가보다 훨씬 낮은 단가를 제시해서 응찰 업체가 없었고 여러 차례 유찰을 거쳐 신성약품으로 결정됐다"면서 "당국의 사업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