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건 고소장 작성 1년여 뒤 이번엔 피고소인 측 민사 업무 봐줘
법무사협회 "각각 다른 사건이어서 규정 위배 아니다" 해석
사기피해자 도와놓고…법무사가 다른 민사사건에선 반대편 대행
한 법무사가 사기 피해자들의 고소장과 진정서 작성 등 업무를 대행하고 1년 뒤에는 다시 형사 사건 상대방 측 법인의 민사 사건 사무를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기 피해자 측 공분을 산 이 행위에 대해 법무사협회는 "두 사건이 엄연히 다른 만큼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충청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법무사 A씨는 2017년께 '대전 지역 한 업체 대표로부터 투자 사기 피해를 봤다'는 이들의 고소장과 진정서 작성 등 사무를 했다.

대부분 생활고를 겪고 있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관 출신인 A씨의 업무 처리 능력에 믿음이 갔다는 것.
무수한 서류 더미 속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문서를 추려 검찰에 제출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고소인이었던 업체 대표 B씨는 실제 재판을 받고 실형을 살았다.

이후 1년여 뒤 서울의 한 회사가 B씨 측 업체를 채권자로 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법원 결정문을 받았다.

채권자 송달 영수인에는 법무사 A씨 이름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앞선 형사 사건 피고소인 측 업체의 민사 사건 업무를 수임해 처리했다는 의미다.

자신들을 도왔던 법무사가 다른 민사 사건에서는 되레 피고소인 측 업체 쪽에 서서 일을 봐줬다는 것이 최근 알려지자 형사 사건 피해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A씨는 우리를 위해 자료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각종 문서를 논리정연하게 써 줬던 사람"이라며 "아무리 다른 사건이라고 해도, 상대방 쪽 일을 수임하는 게 쉽게 이해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법무사협회는 규정에 어긋나는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동일한 형사 사건에서 쌍방을 동시에 대리하면 당연히 불법이지만, 이 사안은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각각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으로,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처럼 어떤 법인 대표에게 사기 피해를 봤다며 그를 고소하는 사무를 대신해줬다 해도, 해당 법인 측 다른 민사 업무는 위임받을 수 있다는 게 협회 측 해석이다.

협회 측은 "윤리적으로 비판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해당 법무사와는 전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