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전시하다 논란되자 철거…동물권 단체 "시대 흐름 역행"
"진짜 여우인가" 백화점 모피 매장에 모형 여우가죽 소품 논란
부산 한 대형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천연모피 매장에 여우 가죽을 연상케 하는 인조 모피가 수년째 전시돼 논란을 빚고 있다.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한 백화점에 입점한 한 천연모피 매장은 입구에는 여우 가죽으로 보이는 소품을 전시했다.

확인 결과 이 소품은 이 매장이 백화점에 입점할 2015년부터 전시해 왔다.

천연 모피를 파는 매장에 동물 가죽을 연상시키는 인조 모피가 전시된 것을 두고 시민들은 그간 불쾌감을 느껴왔다.

백화점을 찾은 한 시민은 "개인 매장도 아니고 다른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볼 수 있는 백화점에서 동물 가죽을 연상하게 하는 소품이 있어 깜짝 놀랐다"며 "처음에는 진짜 동물 털일 수도 있다고 생각돼 굉장한 불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패션 브랜드 VMD(비주얼 머천다이저)는 "천연모피는 미국 백화점에서 잇따라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하는 등 세계적으로 퇴출당하는 추세 상품 중 하나인데 국내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에서 진짜 모피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소품을 시각적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연모피는 제조 과정에서 동물 학대 잔혹성 드러나 전 세계적으로 퇴출 운동이 벌어지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점차 외면을 받는 추세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인 메이시스와 블루밍데일스는 명품의 개념이 변했다며 2021년까지 천연모피 판매를 중단했다.

마이클 코어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비슷한 이유로 천연모피를 팔지 않기로 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동물 학대를 막는다며 미국 주 정부 가운데 최초로 주민들이 천연모피 제품을 만들거나 팔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을 최근 제정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런 세계적인 분위기 속에 국내 유명 백화점에 해당 소품이 수년째 전시됐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한다.

동물권단체 카라 활동가는 "살아 있는 동물 형태와 흡사한 소품을 전시한 매장도 문제지만 수년간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브랜드 측이나 진열 담당자부터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백화점 측은 해당 소품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매장에 소품을 철거할 것을 요청했다.

해당 매장은 현재는 소품을 전시하고 있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