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심사 수백일 걸리는데 일정 제시 안 돼…피해 인정 기준 완화해야"
사참위 "가습기살균제법 시행령, '피해 신속구제' 어렵다" 비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대해 '피해자 신속 구제'라는 법 취지에 맞지 않은 내용을 담았다고 비판했다.

사참위는 17일 입장문에서 "현재 피해 인정 신청자들은 2011년 이후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을 기다려왔으므로 무엇보다 신속한 구제가 중요하다"며 "그러나 환경부는 향후 일정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불완전한 시행령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원칙적으로 개별 심사를 진행하되, 건강보험청구자료로 피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 신속하게 심사해 구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심사 기준과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사참위는 "개별 심사 대상이 3천668명"이라며 "폐 질환의 경우 피해 인정 신청에서 결정까지 수백일이 소요된 전례를 감안하면 피해자들은 언제 자신이 구제될지 예측 못 하는 상황에서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참위는 또 "'상당한 개연성'으로 피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게 규정한 특별법의 내용이 시행령에서 '상당한 인과관계'로 변질·축소될 우려가 있다"면서 기업의 손해배상절차와 별도로 피해 지원을 할 수 있는 만큼 완화된 기준을 피해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참위 "가습기살균제법 시행령, '피해 신속구제' 어렵다" 비판
사망자 유족에 대한 조위금과 생존자에게 지급하는 급여 규정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개정안은 특별유족조위금을 7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지만, 사참위는 대법원이 2016년 제시한 '영리적 불법행위' 위자료 기준인 3억∼6억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아울러 환경부가 장해급여를 요양생활수당과 병행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피해자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사참위는 "핵심 내용이 빠진 시행령으로서는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라는 특별법의 입법 목적과 개정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면서 환경부가 별도의 피해자 의견 수렴 없이 지난 7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8월에는 공청회가 무산되는 등 피해자와의 소통 없이 시행령 개정 절차를 진행했다고도 했다.

사참위는 "환경부는 피해 구제의 주관부처로서 책임을 엄중하게 통감하고 시행령의 재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시행령 개정의 전 과정과 향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위법·부당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