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안에 형성된 펩타이드 망, 커지면서 세포 구조 변형
독일 막스 플랑크 고분자 연구소, 미 화학학회보에 논문
암세포 내부 구조 공격해 자멸사 유도하는 '죽음의 그물망'

암에 투여되는 화학 치료제는 종양의 성장을 억제해 암이 서서히 죽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학 치료제는 여러 가지로 암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화학 치료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인체의 다른 생화학 과정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암 환자가 화학치료를 받으면 여러 유형의 고통스러운 부작용이 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세포는 또한 화학 치료제에 적응하고 저항하면서 종양이 치료제를 피해 성장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기도 한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고분자 연구소(MPI-P) 과학자들이 암세포 내부의 물리적 구조를 공격해 암세포의 자멸사를 유도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치료법의 최대 장점은 암세포의 화학치료 적응과 회피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화학 치료제와 달리, 암세포의 분열과 종양의 성장에 관여하는 생화학적 과정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MPI-P의 데이비드 응 박사팀은 미국 화학학회(ACS) 회보(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최신 호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암세포 내부 구조 공격해 자멸사 유도하는 '죽음의 그물망'

14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런 작용을 하는 건 연구팀이 개발한 일종의 펩타이드 분자(molecular Lego brick)다.

이 합성 펩타이드도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 도달한다.

하지만 특이한 조건을 갖춘 암세포에서만 일련의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디자인됐다.

정상 세포보다 산성이 강하고, 반응성 산화 물질의 수위가 높은 암 조직의 특성이 공격 포인트가 됐다.

이런 조건이 모두 갖춰질 경우 암세포 안에 들어간 개별 펩타이드는 서로 달라붙어 거미줄과 비슷한 망을 형성한다고 한다.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이 펩타이드 망은 점점 커지면서 암세포의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이런 물리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암세포는 자기 파괴 기제를 작동해 스스로 사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 펩타이드 망에 '죽음의 그물망(The web of death)'이란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배양한 암세포에 이 방법을 적용하자 약 4시간 만에 암세포가 모두 죽었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암세포 내부 변형의 정확도를 높이고, 암세포 사멸 후 펩타이드 망의 생화학적 분해를 유도하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