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중단 장기화로 학교급식 납품 농가 '한숨'
B2B·밀키트…갖가지 아이디어 총동원 판촉전
SNS 올리고 간편식 만들고…코로나로 막힌 농산물 판매 안간힘
"빚내서 농사짓는 거죠. 코로나19 탓에 한 해 농사 다 망쳤어요.

"
경기 고양시에서 학교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염현수씨는 13일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염씨는 지난해 3월에만 청상추 1천㎏(380만원), 근대 1천㎏(310만원), 치커리 400㎏(110만원)가량을 학교에 납품했다.

하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3월 새 학기부터 납품 길이 막혔다.

친환경 농산물은 생산비가 일반 농산물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주문량에 맞춰 계약 재배를 한다.

이 때문에 이들 농가는 학교가 유일한 유통 창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 급식 정상화가 불투명 해면서 염씨는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며 낙담했다.

그는 "혹시라도 등교 수업이 재개될 경우를 대비해 재료 준비는 해놓고 있다"며 "농사라는 게 가을에 씨를 뿌리고 봄에 수확하고 이를 판매해 번 돈으로 또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영농비 순환이 안 되다 보니 빚을 지면서 농업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엽채류(잎채소류)는 하루 단위로 상품의 싱싱함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관이 어려워 제때 판매가 돼야 한다"며 "친환경 공법으로 재배해 값은 더 비싸지만, 그대로 둬서 썩힐 수는 없으니 도매시장에서 일반 농산물값을 받고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SNS 올리고 간편식 만들고…코로나로 막힌 농산물 판매 안간힘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경기도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은 농산물 유통 경로를 찾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통진흥원은 올해 학교 급식에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 수매한 감자 69t, 양파 62t가량을 온라인 쇼핑몰과 기관별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애초 저장된 물량이 각각 2천t을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농산물 대량 소비가 가능한 기관, 단체, 협회 등과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방식의 거래를 추진 중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 경기도상인연합회 등과 체결한 업무 협약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유통진흥원은 친환경 농산물 재료로 한 끼 식사를 간편히 해결할 수 있는 '밀키트'(Meal kit·가정 간편식) 제품도 시중에 내놓을 예정이다.

손질된 채소가 들어있는 된장찌개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간식용 알감자 등이 메뉴다.

SNS 올리고 간편식 만들고…코로나로 막힌 농산물 판매 안간힘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관계자는 "다양한 농산물을 원물 형태로 받아볼 수 있는 '농산물 꾸러미'를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정기 회원'도 모집할 방침"이라며 "학생들의 등교 수업이 언제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최대한 다양한 유통 경로를 확보해 농산물을 많이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이런 학교급식용 계약재배 농산물의 소비를 독려하고 있다.

이 지사는 "오프라인 직판 등 유통 경로를 더 확장해 공격적인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도민 여러분께서도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 지키는 착한 소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고 주변에도 널리 소문 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에서는 1천238개 농가에서 109개 품목의 학교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