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이동훈 교수, 600명 대상 설문…"나 때문에 가족 걸릴까 두려워"
"성인 3명중 1명꼴 '코로나 블루' 경험…'심리방역' 필요"
주부 송모(54)씨는 최근 부쩍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함에 시달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자제하던 상황에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2주 가까이 집에만 있던 까닭이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못해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송씨의 우울함은 커졌다.

송씨는 "내가 걸리면 가족들도 전부 큰일이라는 생각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집에서 코로나19 뉴스만 보고 있으니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상생활의 제약이 커지면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일부 소수만의 일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이 학교 교육학과 이동훈 교수는 최근 집필한 논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일반 대중의 두려움과 심리, 사회적 경험이 우울, 불안에 미치는 영향'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대구·경북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올해 4월 13∼21일 18세 이상 남녀 성인 60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 중 29.7%가 코로나19 기간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안함을 느꼈다는 응답자는 절반 가까운 48.8%였다.

"성인 3명중 1명꼴 '코로나 블루' 경험…'심리방역' 필요"
논문은 "최근 중국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관련 조사 결과 응답자의 16.0%가 우울, 28.8%가 불안을 경험한 것에 비춰보면 (국내) 일반 대중의 심리적 어려움의 수준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기간 두려움을 겪은 이유로는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가족에게 전염시킬까 봐 두렵다'는 응답이 96.0%로 가장 많았다.

다른 주요 요인으로는 '코로나19의 실체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아서'(91.8%), '코로나19의 치료법이 없어서'(89.7%), '감염을 통제할 수 없어서'(89.0%), '이후 삶을 예측할 수 없어서'(79.3%) 등이 있었다.

이 기간 개인의 삶의 질 수준에 대한 응답을 보면, 응답자의 49.3%가 자기 삶의 질을 나쁘다고 평가했다.

중간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39.8%였으며 좋다는 응답은 10.9%에 불과했다.

논문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다른 전염성 질환과 비교할 때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 강력한 전염력과 빠른 전파속도'와 같은 특징이 감염 우려를 가중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유아 또는 고령자와 같이 감염에 취약한 연령층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높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우울, 불안 등을 경험하면서 심리 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 및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7.2%,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72.8%였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58.2%에 달했다.

이동훈 교수는 "코로나19 기간이 길어지면서 설문조사가 진행된 지난 4월보다 현시점 국민의 우울과 불안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실제 병균을 소독하는 기술적 방역뿐 아니라 심리적 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은 한국심리학회가 발간하는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