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팅모델 구인글 보고 찾아온 10대 성추행한 사진작가 1심서 징역 1년 6개월
"성범죄에 '피해자다움'은 없어"…미성년 성추행 40대 법정구속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피팅모델을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해온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40대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스튜디오 사장 조모(4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씨는 2018년 1월 자신이 구직 사이트에 올린 글을 보고 찾아온 피해자 A(16)양의 사진을 찍으면서 "자세를 교정해 주겠다"며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른 성인 모델을 같은 수법으로 추행한 혐의도 포함됐다.

피해자들은 "스튜디오에 가니 예상치 못한 의상을 입고 예상치 못한 자세로 촬영해야 했고, 조씨가 자세 교정을 핑계로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사진 촬영을 한 것은 맞지만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서 조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조씨 측은 A양 등이 피해 발생 4개월 뒤인 2018년 5월에야 고소장을 제출한 점, 자신이 찍어 준 사진을 A양이 구직 사이트에 프로필 사진으로 게시한 점 등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사진작가인 피고인에게 문제를 제기할 경우 업계 평판이 나빠질 것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지위에 있었고 피고인이 사진을 유포할 가능성에도 매우 신경 쓰고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범죄에서 정형화된 '피해자다움'이란 상정할 수 없고, 피해 이후 전형적인 모습이 드러나거나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편견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진지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수사기관에서 피해자 노출 사진을 촬영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한 점 등을 일부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양은 2018년 5월 피해사실을 SNS상에 올려 폭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버 양예원 씨가 스튜디오 촬영 과정에서 성추행과 사진 유출 피해를 봤다고 폭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을 무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