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 자초한 한발 느린 항만방역…러 선박발 내국인 확진 40명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러시아 선박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산시 등 방역 당국의 늦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서 발생한 무더기 확진 감염경로는 러시아 어선 페트르원호(7천733t·승선원 94명 중 46명 확진)→부경보건고 병설 중학교→부산기계공고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페트르원호 관련 수리업체 직원 10명, 부경보건고 병설 중학교 10명, 부산기계공고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러시아 선박을 시작으로 감염이 확인된 내국인은 최소 40명에 이른다.

여기에 선박 수리 관련 업체와 접촉한 사상구 영진볼트 관련 확진자 10명, 한진중공업 관련 확진자 3명까지 포함하면 항만 발 집단감염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러시아 선박에서 시작된 지역감염이 현실화하면서 그동안 부산시를 비롯한 방역 당국의 늦장 대응이 지역감염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월 감천항에 입항한 아이스스트림호(3천401t)와 아이스크리스탈호(3천933t)에서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당시 방역 당국은 교대 목적으로 하선하는 선원에게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한다는 지침 이외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사이 지난달 14일부터 1주일간 카이로스호(499t), 레귤호(825t), 크론스타드스키호(2천461t), 미스로브소바호(2천83t) 등 4척에서 확진자 26명이 쏟아졌다.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방역당국은 지난달 20일부터 입항하는 러시아 선박에 탑승한 선원 전체에게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현재 지역감염 확산의 뇌관이 된 페트르원호는 전수검사 지침이 발효된 지난달 20일 이전에 입항했고, 하선을 원하는 선원이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제외됐다.

당시 페트르원에 올랐던 수리업체 직원 157번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페트르원호 내 집단감염을 뒤늦게 파악하기도 했다.

이후 엔데버호(877t), 페트르원호, 코르사르호(722t)에서 각각 1명, 46명,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산 자초한 한발 느린 항만방역…러 선박발 내국인 확진 40명
러시아 선원발 코로나19가 부산항을 넘어 지역 사회로의 확산 조짐을 보이자 방역 당국은 지난 3일이 돼서야 러시아 출항 선박 선원은 방역 강화 대상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현지 출항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PCR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미 러시아 선박 9척에서 선원 94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코로나19 지역감염이 확산한 이후였다.

심지어 지난 18일 러시아에서 출항한 카람호(1천315t)는 PCR(유전자 증폭 진단검사) 인증을 받았지만 23일 확진자 3명이 나오면서 여전히 방역 대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더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항만 관련 기관과 부산시가 긴밀히 공조해 결국 부산시가 확실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