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항만출입자만 3만명 넘어…통합관리 위해 QR코드 도입 시급
인천항은 지난달 도입…부산항만 관계자 "외국적 선박 많아 설치 비용 부담" 난색
코로나 접촉자 추적 QR코드…부산항엔 안 하나 못 하나
부산항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들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까지 번지자 항만 출입자에 대한 QR코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방역 당국은 클럽, 노래방 등 유흥주점과 마찬가지로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등 경조시설에도 입장 전 QR코드를 활용해 출입명부를 작성토록 했다.

애초 스마트기기가 없거나 조작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많아 QR코드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젠 각종 미술관, 박물관, 체육시설 등에서도 QR코드 도입이 정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근 두 달 새 러시아 선원 등 확진자가 속출하고 국내 밀접 접촉자도 잇따라 확진된 부산항에는 QR코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고 있다.

13일 부산해양수산청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현재 부산항 일일 부두 출입자는 북항 2만명, 감천항과 다대포항 5천명, 신항 8천명에 이른다.

이들은 선원, 선용품업체, 수리업체 직원, 항운노조원 등에 종사하는 등 직군도 다양하다.

문제는 항만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 신원 확인에만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자가격리 통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역소 측은 확진자 발생 시 부산본부세관, 부산항운노조, 수리업체 등으로부터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 있는 이들의 명단을 받는다.

이후 검역소는 이들에게 직접 연락해 마스크 착용, 접촉 시간 등을 확인하고 접촉자 여부를 판단한다.

검역소 관계자는 "직원들이 명단을 일일이 직접 확인해 접촉자를 분류하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다"며 "접촉자 분류 후 부산시가 자가격리 명령을 내리거나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는 데 이 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접촉자 추적 QR코드…부산항엔 안 하나 못 하나
더구나 선사 측이 제출한 선원 명단은 승선 한 달 전에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교대가 자주 일어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확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지난달 24일 수리업체 직원이 확진됐을 때 회사 내 직원들에게 자가격리 통지가 늦게 전달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인천항 물류시설은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를 지난달 선제적으로 도입한 상태지만 우리나라 제1의 항구라는 부산항에는 QR코드 도입이 이제서야 검토되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이전에 출입명부에 연락처를 엉터리로 작성해 문제가 된 후 QR코드를 도입했고 접촉한 사람들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QR코드 도입으로 접촉자 분류도 훨씬 수월해지고 빠른 격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당 기관인 부산해수청과 부산항만공사는 부산시가 행정명령을 내려야 QR코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QR코드 도입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자체인 부산시가 행정명령을 내려줘야 설치 등 구체적인 실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일반 식당 등과 달리 외국적 선박이 많기 때문에 QR코드 의무화와 설치 비용을 부담시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시 관계자는 "선원법에 따르면 국가가 관리하는 항만은 보안 구역이기 때문에 부산시가 직접 방역, 관리하기 어렵다"며 "부산해수청과 부산항만공사에서 항만 내부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