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조심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겠지만 등산로에 이르기 전 중산간 도로변 갓길을 걷는데도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 중산간 갓길따라 걷는 산행길…차가 덮칠 수 있으니 '조심'
실제 지난 4일 제주시 산록 도로 한라산 관음사 인근 갓길을 걷던 30대 관광객 2명이 바로 옆 도로를 달리던 특전사 예하 부대 버스에 치여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버스가 오른쪽 아래 짐칸 문을 연 채 도로를 달리다 도로변 갓길을 걷던 피해자들을 충격하면서 발생했다.

버스는 제주시 관음사에서 아라동 방면으로, 피해자들은 아라동에서 관음사 방면으로 마주 오고 있었으며 내리막 커브 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버스 짐칸에 실려 있던 짐이 사고 지점 약 400m 앞에서 한차례 떨어지면서 살짝 열려 있던 짐칸 문이 완전히 개방됐고, 이 짐칸 문에 앞서가던 관광객 A씨의 배낭 어깨끈이 걸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시내 한 숙소에서 머물던 피해자들은 한라산 관음사 코스 등반을 위해 버스를 타고 산천단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관음사 코스 입구를 향해 걷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라산 관음사 코스 탐방객을 위한 순환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운영 간격이 긴 탓에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등반객 대부분이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관음사 인근 도로변 갓길의 경우 주말에 등산이나 달리기, 자전거 등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오간다.

하지만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걷기에 불편할 정도로 협소한 구간이 많아 차가 빠르게 달려올 경우 옆으로 피할 공간이 마뜩잖아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평소 한라산 둘레길 트레킹을 즐기는 A씨는 "한라산 관음사 인근뿐 아니라 제주지역 대부분 중산간 또는 산록 도로변 갓길을 걸을 때마다 바로 옆 공기를 가르며 쌩쌩 달리는 차 탓에 화들짝 놀라는 일이 잦다"면서 "이 좁은 길에서 음주 차량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9월 5일 오전 5시 20분께 제주 시내 중산간 도로 중 하나인 애조로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던 50대 여성이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운전자 C씨는 반대 방향에서 마주 보며 달려오던 이 여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재영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 교수는 "중산간 도로나 산록 도로는 대부분 인도가 없다"며 "보행자 안전 측면에서는 중산간이나 산록 도로에도 인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예산 낭비와 환경 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보행자가 많이 오가는 곳만 부분적으로나마 인도나 오솔길을 설치해 안전사고를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횡단보도 등 보행자가 자주 나타나는 곳에 가로등과 투광기 등을 설치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시야 확보를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운전자는 과속하지 않고, 보행자는 밝은 옷을 입고, 도보 시 주변을 잘 살피는 등 스스로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