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책임 소방·경찰 탓 미루고, 호우경보시 통제 대상 몰랐다 변명 급급
지하차도 참사에 대규모 경찰조사 불가피…부산 동구 '침통'
최근 폭우에 3명이 숨진 부산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 부산 동구가 구청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모습이다.

동구청은 호우경보 발효로 시간당 80㎜ 이상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23일 초량 제1지하차도를 사전 통제하지 않아 지하차도 참사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동구는 호우주의보 발효 시 부구청장 대책회의 개최·감시원 배치는 물론 호우경보 시 지하차도를 통제하는 자체 매뉴얼, 호우경보 발효 시 지하차도를 사전통제해야 하는 행정안전부 지침을 전혀 따르지 않았다.

경찰은 동구청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해당 부서 실무자, 책임자는 물론 부구청장, 구청장까지도 경찰 조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개청 이래 동구 공무원 상당수가 형사 사건의 피의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지하차도 관리·통제를 담당하는 일선 지자체가 2014년 침수된 차에서 2명이 숨진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사고 이후 대책으로 안전 매뉴얼까지 만들어놓고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한 구청 공무원은 "만만한 게 공무원이냐, 구청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번 참사는 구청이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아 사실상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구청 분위기를 전했다.

구청은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책임질 부분은 지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은 상태다.

자중해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동구청은 이번 참사 책임을 경찰과 소방 탓으로 돌려 빈축을 샀다.

또 사고가 난 초량 제1지하차도의 위험등급 산정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고, 점수를 수정한 부산시가 미처 알려주지 않아 호우경보 시 통제 대상인지 몰랐다고 둘러대기에 급급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2월 전국 145개 침수 우려 지하차도 통제 지침 공문을 일선 지자체와 광역 지자체에 모두 보낸 것으로 확인돼 이런 동구청의 입장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욱 동구의원은 "동구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뼈를 깎는 각오로 반성하고 구민을 위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재난재해에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안전 매뉴얼을 재확인해 다시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