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4시 전후 월북 가능성…만조로 유속 느리고 일출 전
김씨는 언제 월북했을까…강화도 물때와 유속으로 가늠해보니
월북한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의 최근 행적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그가 인천 강화도에서 한강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군 당국은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확한 월북 날짜와 시각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당시 강화도 앞바다의 물때와 유속으로 볼 때 이달 18일 새벽 4시 전후가 유력한 것으로 추정된다.

28일 경찰과 군 당국에 따르면 탈북민 김모(24) 씨가 국내에서 마지막 행적이 포착된 시점은 이달 18일 오전 2시 20분이다.

당시 그는 자택이 있는 경기 김포에서 택시를 탔고 접경지인 인천 강화도 월곳리 정자 '연미정(燕尾亭)' 인근에서 내렸다.

이 정자 인근 배수로에서는 물안경, 옷, 달러 환전 영수증 등이 담긴 김씨의 가방이 발견됐다.

군 당국은 김씨가 한강 하구로 이어지는 배수로를 통해 탈출한 뒤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합동참모본부는 김씨가 실제로 배수로를 통과한 시점은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합동참모본부 브리핑에서 정확한 월북 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기상이나 당시 여러 가지 여건에 대해 정밀조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씨의 동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그의 월북 시점은 이달 18일부터 19일 사이로 좁혀진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달 26일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씨는 언제 월북했을까…강화도 물때와 유속으로 가늠해보니
북한은 월북 시점을 19일이라고 밝혔지만, 김씨가 월북 후 개성까지 이동한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한강을 건넌 날짜는 18일일 가능성이 크다.

국립해양조사원이 분석한 강화도 해상 조석 자료에 따르면 김씨가 강화도 월곳리에서 마지막 모습을 드러낸 이달 18일은 음력 13일인 이른바 '무릎 사리'로 조석 간만의 차가 작은 소조기에서 큰 대조기로 넘어가는 중간 시점이었다.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해상은 당일 오전 4시 21분에 585cm로 수심이 가장 깊었다가 이후 강물이 서해 쪽으로 빠지면서 오전 11시 5분께 수심이 172cm까지 낮아졌다.

같은날 오전 0시부터 오전 3시까지 물살이 거셌으나 수심이 가장 높은 만조 시간대 전후인 오전 3시부터 오전 6시 사이는 고요할 정도로 잠잠했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물이 거의 다 들어올 때와 차츰 빠지기 시작할 때 유속이 가장 느리다"며 "보통 상대값 개념으로 유속이 느릴 경우 1로 빠를 경우 10으로 표현하는데 18일 오전 0∼3시는 8이었고, 오전 3∼6시는 1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심이 낮아진 시간대는 일출 후로 강화도 월곳리 주변에 해병대 소초가 있던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감시를 피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이달 18일 일출 시각은 오전 5시 26분으로 김씨는 해가 뜨기 전 유속이 느린 시간대인 오전 4시 전후로 월북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화도에서 근무한 적 있는 한 군 관계자는 "강화 월곳리에도 소초가 있고 소대급 병력이 배치돼 있어 김씨가 일출 후 날이 밝았을 때 월북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북한에서 강화 교동도로 오는 탈북민들은 수영을 해서 오는 게 아니라 물길을 따라 떠내려온다"며 "김씨도 적당히 유속이 느릴 때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넘어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