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게 있었나요?" 동구청 공무원 매뉴얼 숙지 못해
펌프 3대 있지만 만조에 무용지물, CCTV관제센터 "어두워 침수 몰랐다" 해명
경찰·소방 신고 접수 30분 차이도 의문…대처과정서 허둥지둥
있으나마나한 지하차도 재난 매뉴얼…총체적 관리 부실
3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는 지자체 관리부실로 인해 천재지변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지하차도 침수대비 매뉴얼'은 2014년 마련됐지만, 구청 재난 관련 부서 직원들은 이번 사고가 있기 전까지 매뉴얼을 알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구 한 관계자는 "2014년 사고 이후 시에서 만들라 해서 매뉴얼이 있더라고요"라면서 "저희도 잘 몰랐는데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75세 할머니와 15살 손녀가 차에 갇혀 숨진 일이 있었다.

구는 매뉴얼 내용 확인 요청에 대해 "옛날 자료다 보니 지금 바로 답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하차도에는 1분당 20t의 물을 뺄 수 있는 배수펌프가 있었지만, 제역할을 못 했다.

동구 한 관계자는 "물을 바다로 빼내야 하는데 폭우와 최대 만조시간이 겹치자 펌프가 돌아가도 물을 바다로 빼낼 수가 없었다"면서 "개선점이 있겠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한 관계자는 "배수펌프 정상작동 여부 등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 상대로 조사한 후 과실 여부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지하차도 앞에 폐쇄회로(CC)TV와 진입 통제를 안내할 수 있는 전광판이 있었지만, 통제와 관련된 안내는 없었다.
있으나마나한 지하차도 재난 매뉴얼…총체적 관리 부실
구 한 관계자는 "CCTV 관제센터에서 수정천 범람은 바로 확인해 연락을 줬는데 야간인 데다가 지하차도가 어둡다 보니 (지하차도 침수는) 모니터링이 어려워 침수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고와 관련한 신고 접수 시간도 경찰과 소방 간 30분이나 차이가 나 공조나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나온다.

경찰은 첫 신고 접수 시간을 오후 9시 38분으로 밝혔고, 소방은 오후 10시 18분으로 밝힌 상황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바로 앞에 초량 소방센터가 있어 해당 센터 직원 5명의 도움을 받아 즉시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후 10시 25분께 119 구조대가 구명튜브로 현장에 접근해 40분께 7명을 구조했다.

오후 11시 2분께는 잠수부 3명이, 오후 11시 20분에는 잠수부 2명이 더 투입됐다.

이어 오후 11시 31분부터는 구조대 5명이 보트를 타고 투입됐고 배수작업도 진행됐다.

부산소방본부는 초량 센터에 배수차와 탱크차는 오후 9시 25분과 9시 40분에 각각 다른 출동에 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부산소방본부는 초량 센터에 배수차와 탱크차가 있는 것은 맞지만, 오후 9시 25분과 9시 40분에 각각 다른 출동에 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부산소방본부는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서는 다른 센터가 먼저 출동했고 이후 초량 센터가 합류해 구조 작업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경찰이 협조를 요청했다는 인력은 구조 장비 등이 없는 구급 대원일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사고 과정에 의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양 기관의 대처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