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일정한 가해 의도 갖고 범행…원심형 가벼워"
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40대 징역 5년→6년…"일방 폭행 아냐"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말다툼 끝에 사실혼 관계인 남편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2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0·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8일 오전 1시 7분께 자신의 집에서 사실혼 관계의 남편 B(40대)씨와 말다툼 끝에 흉기로 남편의 가슴 부위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A씨는 3∼4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로 함께 지내던 B씨로부터 수차례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건 전날 가족들과 함께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어졌고, 평소 남편에게 불만이 있었던 A씨는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남편 B씨에게 수차례 뺨을 맞은 A씨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주변에 있던 흉기를 들었다.

남편으로부터 "나 죽여봐, 찔러봐"라는 말을 들은 A씨는 격분한 나머지 남편의 가슴 부위를 찔러 숨지게 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범행은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살인의 고의도 없었으며, 음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분노에 의한 범행이며, 남편이 숨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범행을 저질러 고의도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 중 6명은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8명은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했고, A씨의 심신 미약 주장에는 배심원 모두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 의견에 따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형이 너무 적다'며 항소했고, A씨는 그 반대 주장과 함께 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지속해서 폭력을 당한 점 등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나 위험한 물건을 범행도구로 삼아 가슴을 찔러 생명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게 아니라 일정한 가해 의도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볼 때 1심의 형의 다소 가벼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