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때문에 우리 모두 눈 뜨고 코 베이게 생겼습니다."

최근 한 유명 인터넷 카페에는 이같은 제목을 단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종전에 2∼3세대까지만 해당하던 재외동포의 정의가 이제는 직계 조상 중 한명이라도 한국인이 있다면 세대와 상관 없이 무한하게 포함되도록 법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문화 가정 구성원은 한국인과 동일한 의료 보험 적용을 받으면서도 훨씬 적은 보험료를 낼 뿐만 아니라 취업 특혜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투표권도 생겨서 앞으로 중국동포에게 유리한 정책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동포 연 의료보험료가 500원?"…인터넷서 역차별 뜨거운 논란
지난해 7월 개정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 시행에 따라 내국인이 역차별을 받게 됐다는 게시물이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보배드림과 여성시대 등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를 비롯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이민자가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다"라거나 "조선족 유입을 막기 위해 재외동포법을 바꿔야 한다", "내국인 의료보험료는 연 800만원, 중국인은 500원" 등의 글이 최근 한달간 수십건이 올라왔다.

◇ 재외동포법이 무엇이기에
"中동포 연 의료보험료가 500원?"…인터넷서 역차별 뜨거운 논란
1999년 시행된 재외동포법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겪으면서 재외동포의 모국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체류 자격 제한을 완화하고 부동산·금융·외국환을 거래할 때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주는 것을 골자로 제정됐다.

현재 관건인 부분은 해당 법안의 제3조인 '재외동포의 정의'다.

개정안에 따라 이전까지는 3세대에 한해 인정하던 것을 이제는 세대 제한 없이 모든 후손으로 범위가 확대됐으며, 재외동포(F-4)로서의 체류 자격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7년과 지난해 등 두 차례에 걸쳐 이 법안 개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래 취지는 재외동포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늘리자는 게 아니다"며 "(국내에 체류중인 약 7만명의) 고려인은 4세부터 외국인으로 분류된 탓에 비자 갱신을 위해 수시로 본국에 갔다 와야 해서 가족 간 생이별을 겪을 뿐더러 국내 정착도 힘든 현실이 가혹하다고 판단해 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외동포의 국내 체류 자격 문제만 보장됐을 뿐이고 복지나 교육 등 다른 부분은 바뀐 것이 전혀 없다"며 "왜 이런 소문이 퍼지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다문화가정법률지원위원회' 위원인 강성식(36·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도 "재외동포 기준이 4세대 이상으로 확대가 된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바뀐 것은 없다고 본다"며 "다만 재외동포에 해당하는 인원이 늘면서 정부 복지제도 혜택을 신청하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 의료보험비 500원·투표권 확보 등 파격 혜택 사실일까
"中동포 연 의료보험료가 500원?"…인터넷서 역차별 뜨거운 논란
그러나 관계자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에는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강 변호사는 "투표권을 가진 동포가 늘어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은 낭설"이라며 "10여년 전부터 영주권자에게도 투표할 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인은 한국 국적이 없더라도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06년 5월 31일 제4회 지방선거 이후 투표가 가능해졌고,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될 수 없다.

내국인보다 더 많은 의료 혜택을 누린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이상 국내에 머문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바뀌면서 내국인과 거의 동일하게 적용받게 됐다.

법무부 체류관리과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외국인 등은 건강보험이 선택 가입이다 보니 고액 진료를 받은 뒤 해지하는 소위 '먹튀'가 생겼다"며 "그러나 자동 가입으로 전환되며 이런 꼼수를 부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체납자는 비자 연장에 제한을 둬 납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납부액은 소득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공기업에서 채용 혜택을 준다는 주장도 과거의 일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사관리과 관계자는 "2018년 신입사원 채용까지 다문화 가정 지원자에게 5%의 가산점을 줬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고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 끝에 폐지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