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울 곳 없는데" 아파트 곳곳서 주차 시비 잇따라
더는 방치 못 해…일부 지자체 전용 주차공간 마련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인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캠핑이 주목받는 가운데 급증하는 캠핑카와 캐러밴의 주차 문제가 이웃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지하주차장·농로 점령한 캠핑카 갈등…이웃 간 칼부림도
아파트 지상·지하 주차장과 유원지, 심지어 시골마을 등지에서 무분별하게 주차되는 캠핑카와 캐러밴(트레일러)를 둘러싸고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캠핑카는 2만4천869대로, 2014년 말(4천131대) 대비 6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때문에 주차 공간이 부족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들 캠핑카와 캐러밴 주차 문제로 입주민 간 갈등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주시 효자동의 한 아파트. 100여대의 차량을 수용하는 지하 1층 주차장에 최근 5~6대의 분리형 캐러밴이 수 주일째 자리를 차지해 눈총을 사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하 주차공간을 캐러밴들이 차지하다 보니 주차 불편에 시달리는 입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주부 이모씨는 "최근 지상과 지하에 주차된 캐러밴 대수가 부쩍 늘었다'면서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종일 세워져 있기 때문에 차를 댈 곳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김모(31)씨도 "일반 차량은 자리를 옮겨가며 주차하지만, 캠핑 차량은 이용 빈도가 낮아서 몇 달째 같은 곳을 '점령'한다"며 "크기가 큰 캠핑카는 차량 2대 자리를 차지할 때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주차장·농로 점령한 캠핑카 갈등…이웃 간 칼부림도
김씨가 사는 아파트는 1천세대 규모로 가구당 주차대수는 1대 수준이다.

가구당 1∼2대의 차량을 운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차 공간이 늘 부족하다.

김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사유 시설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운영에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가끔 캠핑카 관련 분쟁이 있는데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 성산구에 거주하는 50대 시민은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캠핑카가 주차된 적이 있었는데 차고가 높아 1층 거주자와 조망권 침해 문제로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캠핑카 주차 시비가 이웃 간 폭력 사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전남 나주의 한 마을에서는 김모(74)씨가 캠핑카 주차 문제로 다투던 이웃 A(사망 당시 69)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김씨는 예전부터 A씨의 캠핑카가 농로에 주차돼 통행과 농사일을 방해한다며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경인아라뱃길 일대는 '얌체 캠핑족' 때문에 자주 골머리를 앓는 곳이다.

인천시 서구는 지난 4월 경인아라뱃길 일대에서 야영 등 불법행위 430여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지하주차장·농로 점령한 캠핑카 갈등…이웃 간 칼부림도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는 캠핑카 전용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는 지난해 5월 영상문화단지 내 유휴지를 활용해 캐러밴·캠핑카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다.

초기에는 67면의 주차장을 만들었으며 올해 확충을 통해 120면 이상의 주차 공간을 확보한 상태다.

인천 남동구는 지난해 1월 이용률이 저조한 공영주차장을 캐러밴과 캠핑카를 주차할 수 있는 복합 주차장으로 조성했다.

주차장 이용률은 기존 1.9%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78%로 4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 동호회에서 주차료가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차장 정기 이용권은 빠르게 마감됐다.

현재는 예약 대기 인원만 98명에 달한다.

지하주차장·농로 점령한 캠핑카 갈등…이웃 간 칼부림도
남동구 관계자는 "일반 차량에 비해 캠핑카 주차 문제는 외면받는 경우가 있다"며 "국내 캠핑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캠핑카 전용 주차장 조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병희 한국캠핑협회 총재는 "늘어나는 캠핑 수요에 발맞춰 지자체가 이웃간의 갈등 완화를 위해서라도 캠핑카나 캐러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며 "도심에서 거리가 있더라도 유휴지나 한산한 공영 주차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김상연, 이승민, 정경재 기자)
지하주차장·농로 점령한 캠핑카 갈등…이웃 간 칼부림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