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증언자들, 검찰 금조부 '935호'에도 줄줄이 소환
한명숙 사건 수사팀 "다른 부서의 소환 과정·경위는 모른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과정에서 증언 협조 요청을 받았던 수감자들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아닌 금융조세조사부 검사실에서도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조사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와 특수부가 아닌 다른 검찰 조직이 한 전 총리 사건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8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연합뉴스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증언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한 4명의 수감자는 모두 2010년 4∼5월 서울중앙지검 935실에서 출정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수감자들이다.
당시 법정에서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A씨는 2010년 4월 30일, 5월 4·6·12·25일, 6월 1일 등 5월 전후로 935호실로 집중 소환됐다.
반면 3월과 7∼8월에는 935실 출정 기록이 없다.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B씨도 같은 해 5월 10일 935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며 법무부에 진정을 낸 C씨도 5월 19일 935실로 출정한 기록이 있다.
마찬가지로 검찰의 위증 교사 의혹을 제기한 D씨는 935호 출정 기록이 다수 확인됐지만, 상대적으로 4월 4회, 5월 1회 등 4∼5월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소환된 서울중앙지검 935호실은 당시 금융조세조사2부로 확인됐다.
하지만 4명 모두 각기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집중 소환이 한 전 총리 사건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935호실은 공안부이며 이곳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을 조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한 수감자는 "당시 검찰에 자주 드나들던 한 동료가 이곳이 공안부라고 알려줘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라며 935호실에서 한 전 총리 관련해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마약사범이었던 B씨가 경제사범을 주로 조사하는 금조부에 소환된 점도 의혹을 더 하고 있다.
금조부에서 마약 범죄를 조사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B씨의 935호실 출정기록을 보면 혐의는 '마약류관리법'으로 돼 있다.
조직도상 금조부라고 명시가 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 전 총리를 수사하는 곳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이들이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증언 협조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한 곳은 모두 특수부 사무실 1128호였다.
시기는 대부분 2010년 12월 한씨가 법정에서 증언을 번복한 직후였다.
하지만 935호실 소환 기록은 모두 그보다 앞선 2010년 4∼5월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0년 4∼5월은 통영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한 씨가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사건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다.
한 전 총리의 2차 정치자금 사건은 검찰이 같은 해 4월 8일 한씨의 회사 등을 압수수색을 하면서 알려졌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 전 총리는 약 두 달 뒤인 6월 2일 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에 패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한 씨의 비망록에 따르면 한씨가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다가 검찰에 협조해 거짓 증언을 하기로 마음을 바꾼 시기도 이즈음이다.
한 씨는 비망록에서 "서울시장 선거도 있고 이 건은 전체를 직접 계획하고 주도하는 아주 윗선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법조브로커의 말을 듣고 검찰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썼다.
검찰이 2010년 4월 한씨를 상대로 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씨와 친분이 있는 수감자를 줄줄이 소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A씨와 D씨는 2010년 3월부터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부 사무실로 출정을 다닌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이 일부 수감자를 한 전 총리 사건의 속칭 '빨대'로 활용해 유리한 증언을 수집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한 전 총리 사건을 담당한 검찰 수사팀은 935호실이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와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사팀 측은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된 4명의 935호실 소환 내역에 대해 "수사팀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다른 부서의 소환 과정 및 경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박주민 의원은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도 한 해만 하더라도 수용자 출정 조사는 27만7천건 시행됐는데 이 중 6만9천931건이 검찰의 출정 조사"라며 "출정 조사의 관행을 개선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필요하면 수사를 통하여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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