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노조 "우정본부, 신규 채용 대신 기존 인력 재배치 시도"
"마스크 쓰고 2초에 1통 배송…집배원은 죽어간다"
집배 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노동 강도가 높아졌음에도 약속과 달리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며 우정사업본부(우정본부)를 비판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17일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들에게 자가격리자 등기배송, 지역 보건소의 마스크 등기배송 등 코로나 관련 업무가 더해졌다"며 "우정본부가 인력증원을 하지 않고 집배원을 재배치해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우정본부가 지난해 집배원 증원, 주 5일 근무제 시행, 업무 경감 등에 합의했으나 노동 조건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인지방우정청은 지난 1월 159명을 채용하려던 계획을 보류했고 경북지방우정청도 퇴직 예정 인원 40명을 충원하지 않고 인력을 재배치했다.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장에서 점심시간조차 없는 노동을 감내해왔다"며 "마스크를 쓰고 이 뜨거운 폭염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과도한 노동에 내몰린다면 집배 노동자는 죽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중한 업무 부담에 노출된 집배원들의 죽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충남 천안과 공주에서 잇따라 숨진 집배원 2명이 과로를 한 것으로 확인돼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노조는 우정본부가 인력 재배치의 근거로 삼은 집배업무강도시스템을 폐기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집배업무강도시스템은 집배원의 업무 부하를 산정하는 방법으로 일반 우편물 1통 배송에 2.1초, 우체통 수집에 45초를 배정하는 등의 기준을 두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18년 집배원의 실제 업무량과 비교해 이 시스템에 부하량이 과다하게 산출됐고 휴식 시간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우정본부가 정규 집배원을 증원하지 않고 특수고용자인 위탁 택배원이나 농어촌 소포전담 비정규직으로 대체해 집배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철회하고 부족한 인원을 제대로 충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