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있겠습니까.

아무 일 없기를 바라야지요…"
[르포] "설마 무슨일이야 날까요"…명파리 주민 '긴장반 걱정반'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긴장되고 있음에도 17일 오전 찾아간 동해안 최북단 명파리 마을은 이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다.

마을 한복판으로 난 도로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휑한 모습이었다.

도로 양편으로 형성된 마을 주택가도 한낮의 더위 때문인지 집 밖으로 나오는 주민들이 거의 없어 마을 적막감만 가득했다.

하지만 어쩌다 만나는 주민들은 북한이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과 관련, 모두가 하나같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북한이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늘 긴장 속에서 살아온 접경지역 주민 입장에서 놀라고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큰 동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개성과 금강산에 군부대를 재배치하겠다고 발표한 데다가 일부에서 금강산 시설물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다려온 주민들 입장에서는 걱정되기도 한다"며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을 유일의 구멍가게인 '금강산 슈퍼'를 지키고 있는 김대선(75)씨는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관광이 중단되고 마을 외곽으로 새로운 도로가 뚫린 이후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이제는 마을 사람들만 이용하는 상점으로 전락한 상황이라 남북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르포] "설마 무슨일이야 날까요"…명파리 주민 '긴장반 걱정반'
또 하나의 유일한 건어물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운자(62)씨도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된서리를 맞은 것도 모자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 운영이 중단된 지난 2월 말 이후에는 아예 개점 휴업 상태"며 "통일전망대 운영 중단을 모르고 민통선 검문소까지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간혹 들리는 관광객이 손님의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잘 풀려서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길 바랐는데 오히려 악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종복 명파리 이장도 "명파리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꿈이었는데 안타깝다"며 "북한이 금강산 시설물까지 훼손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영수 명파리 노인회장은 "서해뿐만 아니라고 고성지역에서 북한에서 해안포를 쏴 함정이 침몰하고 금강산 전망대에 총격을 가한 적도 있었다"며 "설마 전쟁이 나겠냐 싶은데 조금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너무 제재하지 말고 잘 달래서 좋게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