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값은 연말에 기부…'함께라서 좋아요' 봉사단도 구성 활동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단…방역당국 허락하면 곧바로 재개 예정
[#나눔동행] 중화반점 사장 부부가 8년째 이어온 '천원의 행복'

경북 구미 원평동에서 국빈대반점을 운영하는 최상필(54)씨는 매달 하루 점심시간에 자장면을 1천원에 판다.

둘째 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 그릇에 3천원인 자장면을 1천원에 파는 '천원의 행복'을 2013년부터 8년째 이어오고 있다.

취약층과 어르신을 돕는다는 취지로 초기에는 무료로 제공했는데 직장인과 대학생 등이 "눈치 보이니 돈을 좀 받아달라"고 해 1천원씩 받게 됐다고 한다.

행사 날이면 적게는 70여명, 많게는 300여명이 다녀간다.

직장인, 대학생, 무직자 등 젊은 층도 많이 찾아오지만, 대부분 어르신이 다녀가는 시간대를 피해 오후 1시 이후에 방문한다고 한다.

그는 수년 전 자장면을 먹고 50만원을 내놓은 손님을 떠올렸다.

50대로 보이는 손님이 자장면을 먹은 뒤 내민 봉투에는 현금 50만원과 '좋은 일 하네요.

좋은 데 써 달라'는 내용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나눔동행] 중화반점 사장 부부가 8년째 이어온 '천원의 행복'

자장면 한 그릇에 1만∼2만원을 내면서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손님도 많았다.

지인들은 요리까지 주문하며 10만원씩을 내놓기도 했다.

천원의 행복 행사 때 받은 돈은 모아뒀다가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하거나 생필품을 구매해 저소득 가구에 나눠줬다.

지난해 연말에는 생필품 11만원어치를 담은 선물 세트를 20가구에 전달했다.

선물 세트에는 쌀, 라면, 휴지 등을 넣었다.

최씨는 "초기에 결손가정 학생들을 위해 현금을 보냈는데 학생 아버지가 그 돈으로 술을 사 마시는 사례가 있어 생필품으로 바꿨다"며 웃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큰돈을 내는 손님이 드물다고 한다.

최씨는 "1만원 이상 내는 분들이 크게 줄었다"며 "1만원으로 8명이 식사하고 거스름돈 2천원을 받아 가는 것을 보니 경기 침체를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모금액이 지금보다 5배 정도 많았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으니까 지출을 줄이는 것 같다"며 "천원의 행복 행사 때 모은 돈은 따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중화반점 사장 부부가 8년째 이어온 '천원의 행복'

최씨가 천원의 행복을 실천하게 된 동기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3월 김천소년교도소 교화위원으로 소년범들을 접견하러 갔다가 "자장면이 너무 먹고 싶다"는 말을 듣고 교도소에 자장면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매달 한 차례 조리 도구와 식자재 등을 챙겨 가서는 재소자들에게 자장면을 무료로 나눠 줬다.

교도소 자장면 무료급식은 지금까지 이어왔다.

최씨는 "자장면을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구미 어디든지 무료 자장면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는 또 법무부 취업알선협의회장을 맡아 만기 출소한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기도 한다.

[#나눔동행] 중화반점 사장 부부가 8년째 이어온 '천원의 행복'

5년 전부터는 '함께라서 좋아요'란 봉사단을 구성해 조직적인 봉사에 나섰다.

한 달에 두 번씩 봉사 활동을 하는 SNS(밴드) 회원 100여 명 중에는 음식업 외에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최씨 식당 주방장과 직원 등 20여 명도 주말 봉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최씨는 중화요리협회 회장과 함께라서 좋아요 총괄단장을 맡고 있다.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아내 서미정씨는 봉사 활동에 가장 든든한 동반자이다.

서씨는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남편과 함께 우연히 시작한 게 30년간 해오게 됐다"며 "더불어 살자는 봉사가 즐겁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월부터 천원의 행복 행사를 중단했지만,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자장면을 1천원에 내놓고 있다.

최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해 천원의 행복 행사를 하지 못하는데, 방역 당국이 허락하는 시점부터 곧바로 재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중화반점 사장 부부가 8년째 이어온 '천원의 행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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