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호실 기준 마련하라" 권고
환기구·가림막 없이 침대·변기 나란히 둔 정신병원 보호실
정신병원에서 일부 환자를 격리 수용하기 위한 공간인 '보호실'에 환기시설은 커녕 가림막조차 없이 침대와 변기를 나란히 두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보호실의 규모와 환기·통풍 시설, 화장실 등 보호실 구조와 설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8년 6월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진정인 A씨는 당시 폐결핵 치료를 받고 있었고, 병원 내 전염 우려로 정신병원 안에 있는 보호실에 5일간 격리됐다.

A씨가 격리된 보호실은 7.4㎡ 면적이었는데, 별도의 환기시설이나 가림막 없이 침대와 변기가 같은 공간에 설치돼 있었다.

보호실은 외부에서만 잠금이 가능한 구조였고, 출입문에는 내부가 보이도록 투명 창문이 설치돼 있었다.

보호실 천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로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간호사실 모니터로 송출됐다.

다만 변기가 있는 곳은 화면에 보이지 않도록 CCTV 각도가 조정돼 있었다.

진정인 A씨는 보호실에서 용변을 보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외부에 노출됐고, 변기와 침대가 같은 공간에 있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비인격적 처우를 받았다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일반적으로 화장실은 용변을 보는 소리나 역겨운 냄새 등으로 인해 환기 시설과 차폐시설을 갖춰야 위생적인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보호실에 차폐시설 없이 변기와 침대를 함께 설치한 것은 사회 통념상 인간의 기본적 품위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잠금 시설이 보호실 밖에만 설치돼 있어 관계자들이 아무 때나 출입할 수 있고, 사각지대가 있어도 (진정인은) CCTV에 상시 노출돼 있다"며 "진정인이 용변 처리 등 일상생활에서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신의료기관 폐쇄 병동에서 보호실에 대한 공통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보호실 구조와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이나 보건복지부 훈령에 포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에 취약한 정신의료기관에 대해 방문 조사를 하고, 정신 장애인의 건강권 개선을 위한 조사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