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개인계좌 모금’을 제외한 모든 의혹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선 “직을 핑계로 (검찰 수사를) 피할 생각은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윤 당선자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 쉼터 고가 매입,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 등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지난 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한 이후 모습을 감췄다가 11일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그는 기자회견문에서 ‘죄송’ ‘사과’란 단어를 네 번 언급했고, 대부분 시간을 의혹을 해명하는 데 할애했다.윤 당선자는 ‘모금한 돈을 할머니에게 안 썼다’는 지적에 “2017년 국민 모금한 1억원을 전달한 영수증과 1992년 모금액을 전달한 영수증을 8일 공개했다”며 “피해자에게 현금 지원을 목적으로 모금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안성 쉼터를 시세보다 4억원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에는 “주택 소유자가 토목과 건축공사에 7억7000만원이 들었다며 9억원에 매물을 내놨지만, 힐링센터 설립 취지를 듣고 매매가격을 7억5000만원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혹에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아파트 매입 대금 출처 의혹’과 관련해서는 “2012년에 산 수원 금곡 엘지아파트의 취득 가액은 2억2600만원이고, 남편이 (경매를) 진행했다”며 “갖고 있던 예금과 남편 돈, 가족에게 빌린 돈으로 해결했다”고 했다. 이어 “저는 급여를 받으면 저축하는 오랜 습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8일 “이전에 살던 아파트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날은 저축한 돈과 가족에게 빌린 돈으로 샀다고 번복했다.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선 “돈을 개인적으로 쓴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자는 “개인 명의 계좌로 2억8000만원이 모였고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된 돈은 약 2억3000만원이며, 나머지 5000만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 사업에 사용했다”고 말했다.2012년 이용수 할머니의 총선 출마를 만류했다는 의혹에는 “할머니가 국회의원을 하고자 한다는 것을 별로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재직 시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사진)가 지난 18일 라디오 출연 이후 9일째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27일 민주당이 개최한 당선자 워크숍에 불참했고, 경기 수원 자택 인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당선자는 오는 30일부터 21대 국회의원이 된다.이날 윤 당선자의 수원 금곡동 자택은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23도가 넘는 날씨에도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우편함에는 이날자 조간 신문 하나와 주간지 두 개가 꽂혀 있었다. 하지만 전날 신문은 없었다.같은 동(棟) 17층에 산다는 한 주민은 “우리 동에 국회의원(윤 당선자)이 살았느냐”며 “얼굴도 못 봤고 몇 층에 사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2012년 3월 이 아파트를 2억2600만원에 경매로 낙찰받았다. 대출 없이 현찰로 매입해 자금 출처 논란이 일었다.자택에서 3㎞ 떨어진 윤 당선자 남편 김삼석 씨의 사무실도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 김씨는 2005년부터 지역 언론사 ‘수원시민신문’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옆 사무실을 썼다는 정모씨는 “평소 1주일에 한두 번 나오다가 최근에는 한 달 넘게 출근한 걸 보지 못했다”고 했다.진보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윤 당선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떳떳하게 해명하지 않고 친일 프레임이나 진영논리에 기대 회피하면서 의혹을 증폭시켜왔다”며 “윤 당선자는 쏟아지는 의혹을 떳떳하게 소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4%가 ‘윤 당선자가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이날 한 언론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012년 총선에 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려 하자 윤 당선자가 만류했다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수원=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2)는 26일 일부에서 제기한 ‘기자회견 배후설’을 일축했다.이 할머니는 이날 JTBC 인터뷰에서 전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이 이 할머니의 뜻이었냐는 질문에 “내가 무식한 사람이지만 삐딱삐딱하게라도 쓴 것”이라며 “(수양)딸 보고 똑바로 써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그런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친여 방송인인 김어준 씨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이 할머니는 30년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와 활동하며 후원금 사용에 대해 얘기를 들어본 적 있냐는 질문에 “한 번도 들은 적 없다”고 답했다.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시민사회와 여당에서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전 정의연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정의연 임원들이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의로움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자신들이 잘못되면 위안부 운동 자체가 실패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결국 ‘위안부 운동의 사유화’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한·일 역사 전문가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정의연 활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할머니가 지적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윤 당선자와 정의연이 회계 투명성 문제에 관해 명확하게 소명하라는 것”이라며 “그에 따르는 부분을 정확하게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에 윤 당선자도 참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윤 당선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윤 당선자는 지난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직)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 뒤 이날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김남영/양길성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