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봉사는 신앙이자 숙명"…괴산 맥가이버 황정임씨
35년 봉사 인생 쉴 틈 없어…"새댁 때도 아이 업고 봉사 현장 누벼"
8년 전 괴산에 터 잡고 궂은일 도맡아 해…코로나19 방역에도 앞장

"봉사활동 현장에 있는 제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들 해요.

35년 세월이니 봉사는 저의 신앙이자 숙명인 거죠"
[고침] 지방([#나눔동행] "봉사는 신앙이자 숙명"…괴산…)
황정임(59) 씨는 충북 괴산 봉사활동가들 사이에서 '맥가이버' 혹은 '황반장'으로 불린다.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지역 사회 궂은일을 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붙은 별칭이다.

서울에서 21살의 어린 나이에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동갑내기 남편 임성묵씨와 결혼한 그의 봉사 인생은 올해로 35년을 맞는다.

새댁이었던 23살 때부터 장애인들을 목욕시키고, 정신장애인 시설을 찾아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며 위문했다.

어린 두 아이를 업고 봉사 현장을 누비는 그를 보고 주변에서는 "극성스럽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넉넉지 않았는데도 형편이 딱한 사람을 보면 불러다 따뜻한 밥을 지어주고 쌀을 들려 보내던 부모님 영향을 받아 이웃 돕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남을 돕는 게 즐겁고 봉사를 하면 신바람이 나요"
황 씨는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준 것도, 자신이 힘든 고비를 이겨낸 것도 봉사의 힘이라고 믿는다.

"11년 전 암 수술을 받았는데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식이요법만으로 완치했어요.

남을 돕는 일이 제게 긍정의 에너지를 준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8년 전인 2012년 아무 연고도 없는 괴산으로 낙향했다.

2011년 괴산군 감물면에 있는 사찰 무심사에 동자승들이 살고 있다는 기사를 본 것이 인연이 됐다.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내려와 무심사 동자승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주고 서울로 올라가는 생활을 1년여간 하면서 경관 좋고 인심 후한 괴산에 정이 들었다.

든든한 응원군인 남편 임 씨는 그의 괴산행 제안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임 씨는 자격증을 취득, 지게차 기사로 취업해 괴산에 정착했다.

황 씨는 2013년 온라인 카페에서 인연을 맺은 전국의 동갑내기 친구들과 봉사단체인 '울타리 나눔회'를 결성했다.

[고침] 지방([#나눔동행] "봉사는 신앙이자 숙명"…괴산…)
진천과 대전, 경기 시흥 등 전국에 있는 20여명의 회원들은 매달 한, 두 차례 충북에 내려와 봉사활동에 나선다.

지난해는 괴산과 충주, 음성 등을 돌며 농촌 어르신의 칼과 농기구를 갈아주고 짜장면도 만들어 대접했다.

비용은 회원들이 매달 2만원씩 걷는 회비로 충당한다.

황 씨는 괴산 이·미용 봉사단체인 '가위봉'에도 가입, 마을 경로당을 찾아가 어르신 머리를 다듬어준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반찬을 만들어주거나 노래방 기계를 끌고 다니며 요양원을 찾아 노래를 부르며 수용자들을 응원하는 것도 황 씨의 일상이 됐다.

그는 한국 부인회 괴산지회 총무로 활동하면서 생산적 일손돕기에도 빠짐없이 나선다.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손이 부족한 마스크 공장을 찾아 도왔고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입국이 막혀 애를 태우는 농가에서 밭일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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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자율 방재단 부단장도 맡은 황 씨는 지난 3월 괴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1명이 발생하자 방역에 매달렸다.

봉사활동을 위해 장만한 소형 트럭에 소독 장비를 싣고 방재단원들과 함께 일주일에 두 차례씩 괴산 곳곳을 누비며 방역 작업을 벌였다.

남편 임 씨도 시간이 날 때마다 황 씨를 따라 봉사활동에 나선다.

자녀들도 괴산에 오면 으레 황 씨 부부를 따라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는 최근 청주를 오가며 9일 과정의 치매 노인 돌봄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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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준비다.

"잘 돌봐 드리려면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잖아요.

끊임없이 배우고 자기 계발도 해야 봉사도 잘 할 수 있어요"
황 씨는 잠에서 깨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온통 봉사활동 아이템을 생각한다고 했다.

"언제까지 할거냐고요? 힘이 닿는 한,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야지요.

남을 도울 수 있는 건 하늘이 제게 준 축복이니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