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직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과 관련해 안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직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과 관련해 안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리랑카에서 온 힐레 지미크르(39)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다. 10년 이상 거주해 한국어도 능숙하다. 같은 국적의 아내도 함께 입국해 아이는 한국에서 낳았다. 그는 “건강보험료도 매달 16여만원을 내고 있고 주민세‧소득세‧고용보험료 등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정산 때 100만원 이상을 토해내기도 했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은 내국인이 아니라서 못받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지난 11일 시작됐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받을 수 없어 이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내국인과 똑같이 세금과 건보료를 내고 있는데도 외국인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제외하는 건 차별”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모두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건 아니다. 결혼 이민자, 영주권자 등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그 외에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거나 세금을 많이 냈더라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20만여명인데 이중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는 총 27만여명이다. 거주 외국인 중 12%만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주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등 110여개 인권단체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기 체류 외국인이 지난 3월 기준 173만명인데 이 중 144만명이 대상에서 배제됐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미등록 이주민에게도 1인당 500달러의 현금을 지원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3일 ‘순수 외국인 구성 가족 정부지원재난금 받게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저희도 한국에 세금내고 일하는 사람”이라며 “비자 종류, 가족 구성, 국적 등으로 차별되어 재난지원금조차 못 받아 많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에게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것은 ‘포용국가’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에게까지 지원금을 주면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합법적으로 세금과 건보료를 냈다면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정부가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나랏돈을 쓰는 데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