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냄새 복병에 개발방향 논란·문화재 발굴 '하세월'…2년 뒤나 준공 가능

강원 춘천시 한복판 옛 미군기지터인 캠프페이지가 15년 만에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또다시 난관에 부딪혀 지역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년 허허벌판 춘천 옛 미군기지 개발 '산 넘어 산'
최근 문화재 시굴을 위해 파헤친 흙에서 폐기름으로 보이는 토양층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시는 오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시료를 채취해 분석에 들어간 상태로, 결과에 따라 자칫 개발에 발목이 잡힐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춘천시는 2005년 부대 폐쇄 이후 14년만인 지난해 캠프페이지를 시민복합공원으로 조성하고자 54만4천㎡를 도시관리계획상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고 지형도면을 확정 고시했다.

공원으로 지정은 됐지만, 무슨 시설이 들어가는지 세부조성계획이 결정되지 않고 국비 150억원을 들여 미세먼지 차단 숲을 만드는 방안만 확정돼 추진될 뿐 15년이나 사실상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다.

'개발이냐, 공원이냐'를 두고 지역사회 논의가 길어진 데다 문화재 발굴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춘천시는 최근 부지 내에 세부시설을 만들 방안을 공모를 통해 결정키로 하고, 연말 당선작을 통해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국방부로부터 환경정화작업을 완료한 뒤 넘겨받은 부지에서는 최근 개발을 위한 문화재 시굴을 위해 파헤친 흙에서 기름으로 추정되는 냄새가 진동하는 복병을 만났다.

시민사회단체는 오염 여부를 두고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우려가 컸던 부지 내 환경오염 여부에 대해 전면조사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시민의 우려와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5년 허허벌판 춘천 옛 미군기지 개발 '산 넘어 산'
반면, 캠프페이지 조성 당시 성토작업에 인근 봉의산 일대 흙을 쌓아 올려 기존 마사토라는 의견과 지난해 조사한 9곳 중 3곳에서 기준치 이하의 결과가 나온 바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캠프페이지는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도시 중심인 근화동에 군수품을 공급하는 비행장 활주로 설치를 시작으로 만들어졌다.

1950년 9월 유엔(UN)군의 인천 상륙작전으로 춘천 수복이 이뤄져 다음 해 3월 미8군이 앞뚜루(전평리)로 불리던 현재 춘천역 앞 넓은 벌판에 비행장 조성 공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1953년 미군은 전쟁 때 공을 세운 페이지 중령을 추모하는 뜻의 캠프페이지 부대에 병력을 주둔시켰다.

북한 남침에 대비하고자 들어선 캠프페이지는 최전방 중동부 전선의 요충지로서 춘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도시개발이 가속화되고, 부대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미 당국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2011년까지 캠프페이지를 이전하기로 했다가 이전 시기를 2005년으로 앞당겨 2005년 부대가 폐쇄됐다.

15년 허허벌판 춘천 옛 미군기지 개발 '산 넘어 산'
여기에는 헬기의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공해도 부대 이전의 촉진제가 됐다.

부대 이전 이후 토양의 환경오염 문제로 몸살을 앓자 2009년 유류저장시설이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정화작업이 시작됐다.

토양에 총석유류탄화수소(TPH) 등 총 오염면적이 6만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국방부 소유였던 부지는 춘천시가 2012년부터 1천억원이 넘는 매입비용을 들여 소유권을 넘겨받아 2016년에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60여 년 만에 돌아온 도심 알짜배기 부지를 놓고 지역사회는 '개발이냐, 공원이냐' 논란에 휩싸여 수년간 '갑론을박'을 거쳐왔다.

그사이 춘천시는 기존 부대가 사용했던 격납고 2개동, 조종사 숙소와 물탱크 등을 무상으로 넘겨받아 어린이 놀이시설과 체육관 등 임시 시설물을 조성했지만 대부분 부지는 공터로 남았다.

설상가상 문화재 정밀조사까지 이뤄지면서 캠프페이지 개발은 지연돼 왔고, 최근에서야 시민복합공원으로 만드는 큰 그림만 그려져 하세월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춘천시 관계자는 "개발을 위한 문화재 조사가 마무리되려면 빨라도 2022년에야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번 시료 분석 결과 오염도가 기준치 이상 나오면 또다시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