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이사장 "30년 세계사적 인권운동사 훼손" 언론 보도에 유감 표명도
[일문일답]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 서운함 있을 것…반성하는 계기"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정의연의 피해자 지원이 미흡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1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앞만 보고 달려오는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서운한 감정을 느끼셨을 수 있다"며 "저희 운동을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야겠다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할머니의 의사를 듣고 앞으로의 운동 방향과 관계를 재설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정의연에 대한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지난 30년간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일궈낸 세계사적 인권운동사를 이런 식으로 훼손할 수 있을까"라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때 용감한 피해자와 헌신적인 활동가·연구자들이 이 운동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여러분이 그 역사를 알고 있는지 솔직히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정의기억연대의 이나영 이사장, 한경희 사무총장, 한국염 운영위원장, 이상희 이사, 오성희 인권연대처장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일문일답]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 서운함 있을 것…반성하는 계기"
-- 2018년도 국세청 기부금 내역을 보면 피해자 지원사업 수혜자 항목 등 다수 항목에 999로 표시된 경우가 많다.

단순 오류인지, 보고가 미비해서 999로 표시된 것인지.
▲ (한경희 사무총장) 데이터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사과드리겠다.

부족한 인력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실무적으로 편의적으로 금액 이런 부분에만 중요성을 두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실무적으로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 고쳐나가겠다.

-- 회계 감사를 받았다고 했는데 어디서 받았는지.
▲ (한경희 사무총장)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법적 기준은 모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단체다.

저희는 그 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내부감사를 하고 있고, 법적으로 행정안전부 등에 제출해야 하는 감사도 있어서 그 또한 받고 있다.

▲ (이상희 이사) 정의연 감사가 두 명 있는데 한 분은 변호사이고 한 분은 대형 회계법인의 회계사다.

두 사람이 감사했다.

-- 윤미향 전 이사장이 위안부 할머니에게 화해치유재단으로부터 1억원을 받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 돈을 받지 말고 우리 돈을 주자는 프레임을 유지하려는 의도였나.

▲ (이상희 이사) 화해치유재단 기금의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시게끔 했다.

만약 할머니들이 여러 사정으로 기금을 받으시겠다고 한다면 수령은 수령이고 저희가 문제를 계속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해 드렸다.

저희가 그런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할머니들에게 수령하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 것은 정말 사실무근이다.

-- 왜 이용수 할머니가 최근 비판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나.

이후에 이용수 할머니와 연락해 이야기 나눴는지.
▲ (이나영 이사장) 부모님하고 사이 맨날 좋고 웃나.

30년 운동하면서 서운한 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서로 갈등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쁨도 많았을 것이고, 지지하고 공감하는 게 훨씬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30년을 유지해온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앞만 보고 달려오는 과정에서 할머니들께서 서운한 감정을 느끼셨을 수 있다.

고령이시기 때문에 저희가 마음을 더 들어드리고 해야 했는데, 저희 운동을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야겠다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윤 전 이사장이 전날에도 할머니를 찾아가는 등 만나 뵈려 노력했으나 결국 만나 뵙지 못했다.

지금은 전화가 꺼져 있다.

할머니께서 지금 굉장히 힘드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여러 루트를 통해 직접 만나 뵐 거고 할머니 의사를 듣고 앞으로의 운동 방향과 관계를 재설정할 예정이다.

--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기리는 김복동장학금이 정의연 이사 자녀 등에게 지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오성희 인권연대처장) 한 학생당 200만원씩 2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고 작년 4월 수요시위에서 공개 전달하면서 학생들 소감도 공개했다.

당시에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받들었다고 모든 언론이 칭송했던 장학금 전달이 이런 식으로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보도에 나온 이사는 정의연이 아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실행이사였다가 그만뒀고 그분의 활동이 단순히 정대협 활동으로만 규정되지 않는다.

활동가의 자녀에게 200만원 장학금 전달한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관련 내용은 백서에 있다.

-- 윤 전 이사장의 연봉은 정의기억연대가 제공했나.

중복 수령 아닌지.
▲ (오성희 인권연대처장) 기자회견 본질과 맞지 않는 질문이다.

(연봉을) 저희가 왜 공개해야 하나.

중복 수령하지 않았다.

▲ (한경희 사무총장) 윤 전 이사장은 굉장히 적은 인건비를 받고 30년 활동을 지속했다.

전국을 다니면서 수많은 강연을 하고 받은 강연비 전액을 정의연에 기부한 사람이다.

-- 윤 전 이사장 남편이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에 정의연 배너가 있다.

정의연이 홍보비를 집행한 것인가.

▲ (한경희 사무총장) 지출되지 않았다.

-- 윤 전 이사장이 2015 한일 합의 당시 '10억엔' 부분을 공식 발표 이전에 인지했나.

▲ (이상희 이사) 10억엔 부분은 이전부터 언론에서 얘기가 됐다.

12월 26일 한일 정부가 10억엔 예산 거출 등에 합의할 것이란 보도가 전해졌다.

▲ (오성희 인권연대처장) 10억엔이 명확하게 인지가 된 시점은 28일 일본 외무상이 약 10억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시점에 인지했다고 말씀드리면 되겠나.

(공식 발표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언론 보도를 본 것이 전부이다.

-- 이용수 할머니는 수요집회가 한일 간 젊은이들의 사이를 나쁘게 한다고 비판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남아있는 화해치유재단 잔금과 평화의 소녀상 관련 입장은.
▲ (이나영 이사장) 수요시위는 한 개인의 운동이 아니다.

분열과 갈등의 장이 아니고 공감과 교육과 기억 계승의 장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0년간 할머니를 그곳에 세운 건 수요시위가 아니라 일본이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당연히 소멸할 것이고, 같이 운동해온 시민들과 같이 이야기해서 정리해나갈 문제다.

소녀상도 마찬가지다.

화해치유재단 기금은 한국 정부가 할 일이고 저희가 답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