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2차 개학…초등생 학부모 "아이 원격수업인데 숙제는 내가 해야"
온라인개학 초등생 "동영상 보고 숙제하는 원격수업 별로예요"
초·중·고교가 2차 온라인 개학한 16일 오전 9시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김 모 군과 어머니가 함께 거실 PC 앞에 앉았다.

3월 2일 개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진 지 45일 만에 드디어 6학년 첫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지난 9일 중3·고3에 이어 전국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등 4∼6학년 총 312만여명이 이날 온라인으로 개학을 맞았다.

김 군은 전업주부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원격수업을 듣기 위한 EBS 온라인클래스에 로그인했다.

1교시는 교장 선생님 말씀인 '시업식'으로 시작했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김 군은 교장 선생님이 EBS 온라인클래스에 올려둔 A4 한쪽 분량의 새 학기 당부 글을 힘겹게 읽으면서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네. 별로 재미없다"고 속삭였다.

그러고는 이어진 새 학년 계획 세우기에서는 '긴 소설책을 읽어보고 싶다.

방학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두 줄의 댓글을 남겼다.

아직 컴퓨터 타자에 익숙하지 않아 두 줄을 쓰는 데 1분가량 걸렸다.

2교시는 원격 수업에 사용하는 EBS 온라인클래스 안내 동영상, 4교시는 저작권 지키기 동영상 시청으로, 각각 10분 정도 컴퓨터를 켜놓고는 "재미없다"면서 화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3교시 자기소개 글쓰기는 설문조사와 같이 각 질문에 대해 답을 채우는 방식이었다.

김 군은 어머니와 함께 상의해 가며 어렵사리 느린 타이핑으로 글을 써 올렸다.

로그인한 지 약 50분 만에 이날 총 4교시 수업을 끝마친 김 군은 "친구들도 없고 숙제만 많이 내줄 것 같아서 온라인 수업이 별로 재미없다"면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학교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김 군은 이날 온라인 수업 내내 담임 선생님과 새 친구들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첫날 원격수업을 옆에서 지켜본 김 군 어머니는 "아들 원격수업인데 내가 옆에서 숙제를 해야 했다"면서 "주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공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김 군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화상 연결로 소통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은 하지 않는다고 이달 초 학부모들에게 알렸다.

대신 EBS 온라인클래스를 활용해 EBS 콘텐츠 등을 시청하고 과제물을 제출하는 과제제시형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더 활발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EBS 시청과 숙제 제출이 원격 수업의 큰 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