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온라인 미사·예배로 대체…승차예배도 '눈길'
미사 재개한 제주교구 '띄엄띄엄'…사랑제일교회 '현장 예배' 이어가
코로나 속 부활절…"고통 안에 축복 숨어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12일 부활절을 맞은 기독교계는 전염병 고통 속에 예수 부활의 의미를 돌아봤다.

코로나 19 확산 우려에 따라 많은 성당과 교회의 부활절 기념 집회는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교계에 따르면 전국 16개 교구가 있는 한국 천주교회는 이날 제주교구를 제외한 모든 교구에서 부활절 미사를 온라인으로 봉헌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생중계된 서울 명동성당 미사에서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고 성체도 하지 못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신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홀로 미사를 지내며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 써주시는 신부님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신자와 함께하는 미사 중단이 길어지면서 영적인 고통이 커갔지만, 그 고통 안에는 축복도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경이 깊어지고 일상이 은총임을 깨달아 우리 신앙 공동체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라고 바랐다.

온라인 생중계를 위해 열린 명동성당 미사에는 염 추기경과 일부 사제, 수녀들만 참여했다.

염 추기경 등은 제단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성당 내 수십개의 장의자에는 10명 가량의 사제와 수녀만이 덩그라니 앉아 있어 내부는 텅 비어 보였다.

천주교 교구 중 유일하게 4일부터 미사를 재개한 제주교구는 제주시 중앙성당 제주교구청에서 부활절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앞뒤 지그재그 형태로 2m 가까이 거리를 두고 장의자에 앉은 모습이었다.

제주교구 관계자는 "미사를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졌다"면서 "정부 지침을 지키면서 미사를 해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재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개신교회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이날 여의도 예배당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하는 가운데 부활절 기념 예배를 진행했다.

이영훈 목사는 일부 교역자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예배에서 "코로나 19가 두 달 넘게 큰 고통을 주고 있지만, 그 후에는 모든 것이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며 "모두가 한마음이 돼 경제회복을 하면 위대한 역사 안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전진,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개신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도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주요 교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활절 연합예배를 올린다.

예배는 온라인과 교계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당초 많은 신도와 함께 대규모 연합예배와 도심 행진을 계획했던 한교총은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행사 대부분을 취소하는 대신 소규모 예배를 준비했다.

코로나 사태 속에 새로운 예배방식으로 등장한 '승차 예배(Drive-in Worship)'도 열려 눈길을 끌었다.

온누리교회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한 야외 주차장에서 차 안에 탑승한 신도들과 함께 승차 예배를 올리고 부활절을 기념했다.

약 200대 주차 차량에 각각 탑승한 신도들은 임시로 허가된 교회 라디오 채널에 주파수를 맞춘 채 예배에 집중했다.

코로나 장기화 속에도 '모이는 예배'를 강행해온 서울 성북구의 사랑제일교회는 부활절에도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이 교회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목사가 운영해온 교회다.

교회당 안팎에서 이격거리를 두고 앉은 신도 대부분은 마스크를 쓴 상태였으나 설교나 기도에 나선 교역자들은 마스크를 미착용한 모습이었다.

앞서 한국기독교언론포럼(한기언)이 헌금 납부 규모가 큰 교회 412곳을 대상으로 부활절 예배 형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약 47%가량이 현장 예배를 올릴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가정 예배를 올리는 교회 비율은 전체 60%대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