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생중계는 기본…자동차 극장, 길가, 옥상 등에서 행사 열려
차 안에서, 발코니에서 성금요일 예식…코로나19가 바꾼 풍경
차 안에서, 발코니에서 성금요일 예식…코로나19가 바꾼 풍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이 부활절 풍경도 바꿔놨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날을 기억하며 전 세계 기독교인이 10일(현지시간) 부활절을 앞둔 금요일을 일컫는 '성금요일'을 맞아 따로, 또 같이 기도를 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성당과 교회에 가지 못하게 된 이들은 거실 소파에서, 발코니에서, 잔디밭에서, 차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성금요일을 보냈다.

이동제한령이 내려져 집 밖으로 나오기조차 힘든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는 건물 옥상에서, 또는 길가에서 예수의 마지막 시간을 기억하고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 예식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나라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남부도시 타란토에서는 교회 옥상에서 십자가의 길 예식을 진행한 덕분에 주변에 건물에 사는 신자들이 발코니로 나와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폴란드 자코파네에서는 한 신부가 대형 십자가를 손에 쥔 채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고, 신자들은 잔디밭에 모여 조금씩 거리를 둔 채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했다.

차 안에서, 발코니에서 성금요일 예식…코로나19가 바꾼 풍경
온라인 중계는 각국 성당과 교회에서도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신부들은 성당에서, 목사들은 교회에서 소수의 성직자와 함께 신도들 앞이 아닌 카메라 앞에 서서 미사를 집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성 패트릭 성당에서는 니콜라스 산체스 신부가 신도들의 사진으로 빼곡히 채워놓아 화제가 됐고, 펜실베이니아주 밴더그리프트에 있는 하베스트 침례교회는 자동차 극장을 빌려 성금요일 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차 안에서, 발코니에서 성금요일 예식…코로나19가 바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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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도 성금요일을 맞아 지난해 화마의 피해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미셸 오프티 파리 대주교와 성직자 3명만이 참석한 '단촐한' 미사가 열렸다.

하얀색 헬멧을 쓴 채 미사를 집전한 오프티 대주교는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강론에서 코로나19가 죽음을 흩뿌리고 우리의 삶을 마비시키고 있지만 "삶은 여전히 여기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차 안에서, 발코니에서 성금요일 예식…코로나19가 바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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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았으면 성금요일을 맞아 순례자들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을 찾아보기 어려웠을 이스라엘 예루살렘 거리는 한산했고 유적지 역시 텅 비어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예수의 시신이 묻힌 곳에 세워졌다는 이스라엘 성모교회에서는 성직자들이 부르는 희미한 노랫소리만 울려 퍼졌다.

굳게 닫힌 교회 밖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는 몇 사람이 눈에 띄기는 했으나 대체로 적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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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프란치스코 교황 주재로 십자가의 길 예식이 열렸어야 할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도 홀로 덩그러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콜로세움이 아닌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참석자를 최소화한 채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했다.

이 예식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신자가 참석하기 때문에 늘 로마 콜로세움 인근에서 예식을 개최해왔는데 1964년 이후 처음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멕시코시티 이스타팔라파에서도 1843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십자가의 길 재현 행사를 올해 처음 선보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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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시간으로 오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70만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