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對美관계 놓고 반목한 연정 파트너가 불신임안 발의"


발칸 소국 코소보에서 알빈 쿠루티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가 집권한지 2개월도 되지 않아 실각했다고 AFP·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코소보 의회는 쿠르티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으며, 찬성 82표 대 반대 32표로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불신임안 가결은 쿠르티 총리가 속한 좌파 정당 자결당(VV)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중도 우파 코소보민주동맹(LDK)과 야당이 힘을 합친 결과다.

LDK 의원들은 쿠르티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놓고 연정 내에서 갈등을 빚었으며 지난주 쿠르티 총리가 아짐 벨리우 LDK 의원의 내무장관 임명안을 퇴짜놓자 불신임안을 전격 발의했다.

벨리우 의원은 하심 타치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지지했으나 쿠르치 총리는 국가 비상사태 선언은 너무 극단적인 조치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저지를 위한 절차에 반대하는 연정 파트너가 불신임안을 발의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럽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무너진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코소보 정부 불신임안 가결…"코로나19로 무너진 첫 사례"
불신임안이 가결됨에 따라 극적으로 연정 구성에 합의해 지난달 출범한 내각은 와해됐으며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한 뒤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던 노력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또한 코소보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에서 리더십 부재라는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인구 180만명의 소국인 코소보는 확진자가 최소 70명으로 파악되며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정부 불신임안 가결로 '공'은 타치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타치 대통령은 정적인 쿠루티 총리에게 새 정부를 구성할 기회를 주거나 투표를 새로 시행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코소보 정부 불신임안 가결…"코로나19로 무너진 첫 사례"
한편 이번 불신임안 표결 배경에는 대미 관계를 둘러싼 갈등도 작용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LDK는 쿠르티 총리가 미국의 평화협상에 반대함으로써 코소보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며 비판해왔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이 불신임안 표결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과 달리 미국은 찬성했다는 점에서 쿠르티 총리의 축출은 서방 강대국들 사이의 의견 대립을 드러낸다고 외신은 평했다.

NYT는 "코로나바이러스에다 미국의 개입(nudge)이 더해져 코소보 정부가 쓰러졌다"고 분석했다.

정작 쿠르티 총리는 자신이 타치 대통령의 계획에 말려든 희생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표결에 앞서 의회 연설에서 지난 총선에서 패한 타치 대통령이 권력을 다시 잡고, 미국이 후원하는 세르비아와의 비밀 협상을 끝내려고 자신의 연정을 분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