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총선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진화 역량 분산 우려

대형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봄철을 맞아 강원 동해안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짝수·선거해 대형산불 징크스…코로나 악재 겹쳐 긴장감 고조
동해안에서는 공교롭게도 선거가 있는 짝수 해 큰 산불이 발생한 전례가 있어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음 달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짝수 선거해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징크스는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1996년 4월 강원 고성산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흘 밤낮 이어진 당시 산불은 산림 3천762㏊를 검은 잿더미로 만들었다.

또 주민들의 보금자리인 227채의 주택이 불에 타 이재민 200여 명이 발생했다.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던 1998년 3월에는 강릉시 사천면 덕실리에서 불이 나 350㏊를 태워 6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백두대간을 초토화했던 대형산불이 발생한 2000년에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속초 청대산과 강릉 옥계산불이 났던 2004년에는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이들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림만도 2만㏊가 넘는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던 2018년은 한겨울인 2월에 산불이 발생했다.

삼척 노곡·도계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 동안 축구장 164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 117㏊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짝수 선거해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선거 관련 업무까지 보면서 산불 진화 역량이 분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짝수·선거해=대형산불'이라는 등식이 깨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선거가 치러지는 짝수 해 대형산불을 경험한 동해안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과거의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산불 감시 태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산림청 스마트산림재해대응단, 동부지방산림청, 강원도, 동해안산불센터, 6개 시·군, 강릉 산림항공관리소는 동해안 6개 시·군에 드론 29대를 띄워 산림 인근 불법 소각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대신 드론 등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일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기본 업무에다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산불감시에 애를 먹고 있다.

또 많은 공무원은 선거 관련 업무에도 투입된다.

강릉시는 지난 23일부터 부서마다 직원 3분의 1을 각 읍·면·동에 보내 다음 달 청명·한식 때까지 전방위 산불 감시에 나선다.

공무원들이 산불 감시 일선 현장에 추가로 배치되면 산불 예방효과는 감시원들만 있을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개월째 이어지는 코로나19 대응 업무 때문에 자신의 고유 업무는 책상에 쌓이고만 있는 게 현실이다.

짝수·선거해 대형산불 징크스…코로나 악재 겹쳐 긴장감 고조
강릉시의 경우 최근 시민 전체에 면 마스크를 공급하는 시책까지 도입하는 바람에 공무원들은 주말이나 야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마스크나 교체용 필터 포장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24일 전 시민을 대상으로 마스크 37만6천장, 필터 933만장을 추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산불 발생 위험 요인이 고조되고 있다"며 "올해는 총선에다 코로나19 대응까지 하는 바람에 산불 예방 준비 태세와 진화 역량이 분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