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선뜻 어디로 떠나기도 살짝 두려운 요즘이다.

그러나 마냥 위축돼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개인은 면역력을 길러야 할 이때, 허준의 동의보감을 테마로 지어진 경남 산청의 동의보감촌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동의보감촌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동의보감촌은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전통 한의학을 테마로 조성된 108만㎡ 규모의 한방 웰니스 관광지다.

산청군 금서면 일대 해발 400m 고지에 한방테마공원과 허준 순례길, 한방엑스포주제관, 한의학박물관, 산청약초관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동의보감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한방촌거리에 있는 동의보감 한의원이 눈에 띈다.

한의원 1·2·3관에서는 한의사가 진맥을 하고 한약을 짓는다.

이곳에서는 '공진단 약첩싸기'와 '배꼽왕뜸'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러 곳에 지점을 둔 본디올한의원도 이곳에 산청점을 내고 손님을 받고 있다.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각종 한방 체험은 숙소인 동의본가에서도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백두대간의 신비한 기를 느낄 수 있는 한방 기체험장으로 향했다.

한방 기체험장은 우리나라에서 기가 가장 잘 통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기 체험장에 들어서니 때마침 방문한 현지인들이 '오링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는 검지와 엄지를 'O' 모양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이 잡아당겨 벌어지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다.

기가 흐른다는 곳에서는 한 여성의 엄지와 검지를 아무리 당겨도 손가락이 벌려지지 않았다.

그 자리를 벗어나 손가락을 당기니 쉽게 손가락이 벌어진다.

신기한 체험이었다.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동의보감한의원과 숙박 단지인 동의본가는 운영하는 한방 프로그램이 비슷하다.

그래서 산청에서 1박을 할 경우에는 숙박과 한방 서비스를 원스톱에 체험할 수 있는 동의본가에 머무르는 것도 좋다.

동의보감촌 북쪽에 있는 동의본가로 떠나면서 동의보감 박물관과 전망대 사이에 있는 산청약초관에 들렀다.

360㎡ 규모로 지어진 약초관은 한옥 형태의 유리온실로, 지리산 자생 약초 100여 종과 희귀나무 50여 그루가 심겨 있다.

들어서니 온실 내부에 매화 향이 가득하다.

여러 약초 가운데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작고 아담한 매화나무에 유독 꽃이 만발해 있다.

매화 향의 여운을 느끼며 밖에 나오면 언덕 아래로 동의보감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동의본가에서 맛본 한방 체험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한옥 숙소인 동의본가는 숙박과 함께 다양한 한방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동의보감에 소개된 대표적인 장수 비법인 '배꼽 왕뜸' 체험이 매력적이다.

한옥 온돌방에 누워 쑥과 황토로 만든 왕뜸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배에 수건을 얹은 채로 누워있으면 후끈하게 데워진 약재가 든 작은 뜸기가 올려진다.

조금 뒤 배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뜨거우면 화상을 입으니 배 이쪽저쪽으로 뜸기를 옮기라고 한다.

몇 분이 흘렀을까.

온몸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옆방에서는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동의본가 실장이 "뜸기가 쏟아지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뜨끈해진 몸을 일으켜 아래 칸으로 내려가니 개인 욕실이 4곳 있다.

이곳에서는 한약재가 둥둥 떠 있는 개별 욕실에 몸을 담그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뜨끈한 탕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한약재 냄새가 올라왔다.

마치 탕약 속에 앉은 느낌이다.

편백으로 된 욕탕은 다음 손님을 위해 깨끗하게 소독을 한다.

약초 목욕을 마쳤다면, 이제는 공진단(拱辰丹) 종류의 하나인 명진단을 빚을 차례다.

공진단은 녹용, 당귀, 산수유, 사향 따위를 갈아서 빚어 만드는 환약으로, 기혈보충과 원기회복, 보혈작용 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본가 정문 옆의 작은 방으로 들어서니 실장이 한약재 반죽을 나눠준다.

체험은 이 반죽을 비닐장갑을 낀 손바닥으로 굴려 동그랗게 환을 만든 뒤 금박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방문자들이 모든 약초를 다 찧어 환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미리 만들어놓은 환에 금박을 붙이기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금박은 24K 순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몹시도 얇아 쉽게 찢어졌다.

정성을 다해 말아야 한다.

동의본가에서는 공진단에 인삼, 지황, 초석잠 등 3가지를 추가해 '명진단'(明辰丹)이라고 부른다.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명진단 3환을 만들어 상자에 넣어 갈 수 있도록 했다.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 남사예담촌
단성면의 야트막한 소괴산(238m)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남사예담촌은 30여 채의 한옥으로 구성된 자그마한 한옥마을이다.

정지용의 시 '향수'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란 구절이 연상되는 형세다.

마을의 역사는 700년이 넘는다.

이곳은 예로부터 최씨와 이씨, 하씨 등 다양한 성씨들이 한마을에 모여 살았다.

하회 류씨가 몰려 사는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등 집성촌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담촌 입구에서 사람을 맞는 것은 구부러진 '부부 회화나무'다.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골목길을 마주하고 있는 나무 두 그루가 X자로 겹쳐 서 있는 모습이 부부를 닮았다 해서 얻은 이름으로, 수령은 300년가량이다.

회화나무는 궁궐이나 양반집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긴 초승달처럼 생긴 마을은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다.

이곳저곳 소소한 볼거리들이 널려 있다.

그중 눈길을 끈 곳은 아담한 한옥 한 채다.

최근 경북 봉화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온 한의사 부부의 집이라고 한다.

이 부부는 손님을 하루에 10명만 골라 받는데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부부는 고택을 인수해 주거지 겸 한의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귀촌한 예술가가 운영하는 작은 찻집이 있다.

[건강 여행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강화 여행'
찻집 내부가 모두 주인의 예술 작품으로 꾸며져 있는데, 쌍화차나 대추차를 주문하면 진하게 우려낸 차가 예쁜 폴란드산 찻잔에 한가득 나온다.

예술가가 직접 제작한 다양한 작품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남사예담촌 인근인 단성면에 있는 남명 조식 선생 유적지인 산천재에 핀 매화 '남명매'(南冥梅)가 유명하다 해서 들렀더니 아직 꽃봉오리만 올라와 있다.

대신 시천면의 원리마을을 지나다 매화밭에서 핑크빛 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산천재의 남명매는 3월 초에 활짝 핀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