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애도 표명·책임자 처벌 약속
문중원 기수 사망 99일째…대책위-마사회 '재발방지안' 합의(종합)
문중원 기수가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99일째 되는 날 마사회가 문 기수의 죽음에 애도를 표명하고 시민대책위원회와 '부산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 방지안'에 합의했다.

문중원 경마기수 시민대책위는 유족을 대리해 교섭에 나선 민주노총이 마사회와 ▲ 부산·경남 경마 시스템·업무실태에 관한 연구용역 ▲ 경쟁성 완화와 기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며 6일 이같이 밝혔다.

이날은 문 기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99일째 되는 날이다
대책위와 마사회는 합의안에서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부가순위 상금 공제율을 높이고, 기수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어느 정도 소득을 보장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 조교사 개업 심사 기준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개선하고, 동점자의 경우 면허 취득 시기와 경마 활동 경력순으로 개업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양측은 조교사가 기수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기수의 권익 보호가 명시된 기승 계약서 표준안을 만들고,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문중원 기수 사망 99일째…대책위-마사회 '재발방지안' 합의(종합)
문 기수 죽음을 둘러싼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서는 향후 책임자가 밝혀질 경우 형사 책임과 별도로 면직 등 중징계를 한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마사회는 유족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장례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비록 한계가 있지만 100일 전에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 합의안을 수용했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과제로 남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기수의 장례를 치른 후 '마사회 적폐 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시민대책위를 전환하기로 했다"며 "마사회의 불법·부패 구조를 바꾸고 제대로 된 공공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말을 대충 타라는 등 부당한 지시 때문에 기수로서 한계를 느꼈고, 이에 조교사가 되고자 면허를 취득했지만 마방을 받지 못했다'라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책위와 유족은 14년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있었던 문 기수 등 기수와 마필관리사 7명의 죽음은 '갑질과 부조리가 만든 타살'이라며 마사회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는 정부서울청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고인을 운구차에 모신 채 농성했다.

이달 4일 단식 농성을 시작했던 문 기수의 부인 오은주(37) 씨는 재발 방지안 합의가 이뤄지면서 단식 농성을 풀었다.

대책위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 기수의 장례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중원 기수 사망 99일째…대책위-마사회 '재발방지안' 합의(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