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넓은 면 지역에 우체국·농협 하나씩…약국 아예 없는 곳도

6일 오전 경북 봉화군 재산면 재산우체국 앞에는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다.

우체국 측이 오전 9시 30분부터 1인당 1장씩 판매한다고 미리 알렸지만, 주민들은 오전 8시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판매 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준비된 마스크 85개가 동났다.

"마스크 사러 가려면 차로 1시간"…농촌 오지 고령자들
이곳에서 200m가량 떨어진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아침부터 줄이 늘어서 이날 준비한 마스크 240장이 1시간 만에 다 팔렸다.

인구 1천600여명인 재산면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곳은 이 두 곳뿐으로 이런 풍경은 최근 며칠 새 반복됐다.

한 달여 전 재산면에 약국이 처음으로 한곳이 들어섰는데 이 약국에서는 아직 마스크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다.

정부가 오는 9일부터 약국과 우체국, 농협에서 마스크를 1주일에 1인당 2장씩만 살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농촌 면 지역에 사는 고령의 주민들이 소외당하고 있다.

우체국이나 농협이 가까이 없는 데다 노선버스가 없는 등 교통편도 불편해서 나이 든 주민이 마스크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먼 마을은 면 중심지까지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재산면 갈산2리에서는 지난 4일 71세 어르신이 나이가 더 많은 어르신 여러 명을 차에 태우고 아침밥도 거른 채 마스크를 사러 나갔다가 마스크가 다 떨어져 허탕을 쳤다고 한다.

이들은 이튿날 다시 조금 더 일찍 출발해서야 마침내 1인당 마스크 5장씩을 쥐고 돌아올 수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명에 불과했던 봉화군에 지난 4일 한 요양원을 시작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오면서 주민들 불안감이 부쩍 커진 상태다.

김도겸 갈산2리 이장은 "이 시국에 노인분들이 가장 힘들 수밖에 없다"며 "시골 노인은 마스크를 사러 멀리 가지도 못하니 이장한테 구해달라고 한다"며 난감해했다.

어떤 어르신은 천으로 된 마스크를 빨아 쓰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한 주민은 "우체국이나 농협이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약국도 하나 없는데 어떻게 마스크를 매번 한두 장씩 사다 쓰냐"며 "정부가 이장한테 마스크를 몽땅 보내주면 그걸 주민들에게 나눠주면 될 텐데 답답한 노릇이다"고 성토했다.

"마스크 사러 가려면 차로 1시간"…농촌 오지 고령자들
재산면사무소 한 관계자는 "인구에 비해 면적은 넓고 고령자가 많으니 농협이나 우체국에 마스크를 판매해도 직접 나오기 힘든 이들이 많다"며 "어르신들이 줄 서 있을 때 의자를 가져다 놔드리는데 수량이 마감돼 빈손으로 가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