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알 권리와 건강권 침해"…헌법소원 청구
직업병 피해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가 5일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위헌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피해 규명 등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과 참여연대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시 추가된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될 때 추가된 제9조의2, 제14조 제8호, 제36조 제4항, 제34조 제10호 조항은 국가 핵심 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는 적법하게 얻은 정보라도 받은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달 20일 시행됐다.

청구인들은 "위 조항은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며 "또 형사처벌 대상을 규정하는 데 있어 명확성과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유해물질에 대한 알 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을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결과적으로 일터의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 국민들이 사고와 질병, 죽음으로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42) 씨는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위험요소를) 알려달라고 해도 삼성에선 영업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위험을 알려야 다른 사람들이 안전해질 텐데 그렇게 하면 처벌하는 잘못된 법"이라고 호소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백혈병·악성 림프종 등 직업병 피해자는 683명이고, 이 가운데 197명이 숨졌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람은 64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