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로나19 확산에 이색시도…법정에 화면 걸고 원격 재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4일 법원에서는 당사자들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원격 화상 재판'이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장되는 상황에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원의 대응책이다.

서울고법 민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이날 소모 씨가 백모 씨를 상대로 낸 금전청구소송 항소심 변론 준비기일을 원격 화상 재판으로 진행했다.

원고와 피고 측 대리인은 각자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혹은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화상 재판에 출석했다.

법정 왼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원고, 피고 측 대리인의 모습을 방청석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흰색 헤드셋을 머리에 쓴 채로 화면 앞에 앉아 재판부를 기다렸다.

재판 시작 전 법원 사무관이 화면 너머의 대리인들에게 영상·음성 수신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오후 2시께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나왔다.

화상을 보며 대리인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재판이었지만 진행 절차는 여느 재판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측 대리인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고 변론 준비절차를 진행했다.

변론 준비절차란 변론이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소송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를 뜻한다.

민사소송규칙은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음성(영상) 송수신으로도 변론 준비절차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장은 때때로 화면을 3부분으로 나누어 양측 대리인의 얼굴과 함께 전자 소송기록을 띄우며 재판을 진행했다.

약 20여분 동안 진행된 재판은 끊어짐 없이 순조로웠다.

영상·음성의 송수신 상태가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예정된 절차를 마치고 재판장이 '재판종료' 버튼을 누르자 '재판을 종료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안내창이 떴다.

다시 한번 '확인'을 누르자 대리인단을 비추던 화면이 꺼졌고, 이날 재판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다음 변론 준비기일도 화상 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처럼 원격 영상을 통한 재판이 이날 처음 시행된 것은 아니다.

2016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이 민사소송 사건에서 제주도에 거주하는 증인에 대한 영상 신문을 시범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작년 10월에는 대구지법 안동지원이 서울에 있는 증인을 원격으로 신문해 형사재판에서 첫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고법은 원격 화상 재판으로 진행하는 사건을 이번 주 2개 더 추가하기로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법원이 휴정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원격 화상 재판'은 막연한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라며 "실용적인 방식으로 자리매김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