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가 '홀로 보존' 원치 않아"…도심제조산업 허브 조성
을지면옥 건물 없어진다…세운상가 일대 152개 정비구역 해제
세운상가 재정비 계획 논란의 중심에 섰던 노포(老鋪) 을지면옥의 현재 건물은 장차 없어지게 됐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 정비구역 지정을 대거 해제하고 도시재생을 추진하기로 했다.

4일 시에 따르면 을지면옥은 지난 1년간의 협의 과정에서 '주변 상가는 재개발되고 우리만 혼자 그대로 남는 방안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을지면옥은 인근 신축건물 입주 등의 대안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을지면옥 측과 계속 협의한다는 원칙만 세웠다.

평양냉면집 을지면옥은 서울시가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세운3-2구역에 있고 건물 소유주와 식당 운영자가 같다.

지난해 초 박원순 서울시장은 "소중한 생활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며 '을지면옥 원형 보존'을 주장했는데 정작 건물주 겸 운영자와는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시 관계자는 "아예 재개발이 멈춘다면 모를까, 진행되는 이상 을지면옥만 홀로 남기는 어렵게 됐다"며 "건물 보존 등의 방안도 제시했는데 을지면옥 측의 뜻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 입장에서는 '생활유산도 무조건 철거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주면 앞으로 다른 생활유산 중에서도 철거하겠다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중구청 관계자는 "을지면옥이 을지로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지속성과 그에 얽힌 문화가 남아있으면 된다고 본다"며 '보존'의 형태를 놓고 계속 을지면옥을 설득하며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을지면옥과 함께 이 일대의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인 양미옥은 식당 운영자가 현재 위치에 있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미옥은 건물주가 따로 있고 개발을 원하고 있어서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다.
을지면옥 건물 없어진다…세운상가 일대 152개 정비구역 해제
시는 이날 세운상가 일대를 '도심제조산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은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정비사업 미추진 구역의 지정 해제 이후 재생사업 추진, 정비사업 추진 구역의 세입자 이주대책 선(先) 마련, 기존 산업 혁신 및 신산업 육성 등 3대 기조에 따라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총 171개 구역 중 152개 구역은 지정을 해제하고 재생사업으로 전환한다.

세운2구역 35곳, 세운3구역 2곳, 세운5구역 9곳, 세운 6-1·2·3·4구역 106곳 등 2014년 3월 구역 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 신청 없이 5년이 경과해 일몰 시점이 지난 구역들이 대상이다.

시는 이들 구역의 화장실이나 소방시설 같은 기초 기반시설을 보강하고 주차장과 도로를 확충하는 한편 보행 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강맹훈 도시재생실장은 "이들 구역은 과거 대규모 개발을 하려다 보니 너무나 큰 8개 덩어리로 지정돼 있어서 서로 합의가 안 되는 곳이었다"며 "2014년에 171개 구역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지정 해제를 통해) 구역을 1천개 이상으로 쪼갠다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구역은 실효성 있는 세입자 대책부터 마련하도록 했다.

관리처분을 앞둔 세운3구역 세입자들은 사업시행자가 확보한 임시 영업장에 들어가게 한 뒤 2021년 세운5-2구역에 생길 지식산업센터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사업시행인가가 신청된 세운5-1·3구역은 사업시행자가 공공임대상가를 조성해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수표구역은 기부채납 부지에 시 등이 공공임대상가를 만들어 세입자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강맹훈 실장은 "예전에는 도로나 공원으로 기부채납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앞으로는 그 지역에 가장 맞는 시설을 받겠다는 것이 저희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임대상가는 기존 이 일대의 임대료 시세로 제공하되 이를 원하지 않는 세입자에게는 빈 상가 알선 등 중개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을지면옥 건물 없어진다…세운상가 일대 152개 정비구역 해제
기존산업 혁신과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공공산업거점 8곳을 조성한다.

기계, 정밀, 시계, 인쇄, 공구 등 산업 특성을 고려한 공공산업거점에는 공공임대상가, 청년창업지원시설, 생활SOC, 공동 작업장 등이 들어선다.

시는 또 산업재생 프로그램 도입, 산업골목재생 시범사업, 도시형 소공인 집적지구 지정 추진 등으로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의 융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시는 내달까지 행정 절차를 마치고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가 10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이번 대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올해 안에 만들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존 산업생태계를 보호하면서 신산업 유입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만들어가겠다"며 "이번 종합대책은 향후 서울 도심부 개발과 산업정책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