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도적이라기보다 불안감 탓…대학이 정확한 정보 제공해야"
"우리 학교에 확진자 나왔대" 가짜뉴스에 멍드는 대학가
서울 소재 대학 연구소에 다니는 A씨는 최근 대구에 다녀온 뒤 감기 증상을 느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연구소에도 상황을 알렸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A씨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문자메시지로 A씨에 대한 가짜뉴스가 급속히 전파됐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도 "○○연구소 A연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라거나, "A연구원이 격리 권고를 받았으나 무시하고 출근해 B·C 교수와 접촉했다"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

A씨는 2일 "연구실에 상황을 알린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타지역 대학에까지 내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퍼져 있더라"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게시물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조합된 끝에 나중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뉴스로 둔갑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대학원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해당 학생의 동선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졌다.

일부 학생들은 이를 SNS에 공유했다.

이 역시 잘못된 정보였다.

서울대 천문우주공학과 학생의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사는 지역이 다르고 학생과 접촉한 사실도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학교 건물이나 기숙사에 구급차가 출동하거나 단순히 건물 소독조치 등이 취해져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학내 커뮤니티에 '해당 장소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내용의 글이 등장하는 일도 있다.

지난달 27일 중앙대가 졸업생 및 지역사회 방문객들의 도서관 이용을 금지하자 다음날 중앙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중앙도서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는 게 사실이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추측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에서도 "공대 교직원이 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1, 제4 공학관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지만,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구성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 확진자 나왔대" 가짜뉴스에 멍드는 대학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기보다는 불안함에 각종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오류가 있는 내용이 유통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교가 감염 발생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환경에서 학생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교수는 "캠퍼스 내 가짜뉴스는 결과적으로 실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학생들의 대응을 늦어지게 하는 문제도 초래할 수 있으니 대학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더 애써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는 부정확한 정보 확산을 방지하고,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고자 '코로나19 관련 주요 사항 게시판'을 신설했다.

지난달 28일 이 대학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대학원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과 해당 학생의 동선도 이 게시판에 공지됐다.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도 학내 홈페이지에 별도로 코로나19 관련 게시판을 신설해 학내 코로나19 관리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