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피해자재단·민화협 1년전 봉환 74위 중 4명 유족 확인
행안부·재단·민화협 "상대 책임" 미루며 유족에 연락도 안 해
日강제동원 피해자 유해, 가족 찾고도 열달간 '임시안치' 신세

1년 전 일본 오사카에서 봉환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조선인 74명의 유해 가운데 4명의 유가족을 찾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봉환 사업을 진행한 정부와 산하기관, 민간단체는 서로 상대 기관에서 할 일이라며 손을 놓은 채 열달 넘게 유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임시안치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1일 행정안전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에 따르면 민화협은 재단을 통해 행안부로부터 약 1억6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해 2월 28일 일본 오사카 도고쿠지(통국사·統國寺)로부터 강제동원 피해자 유골과 위패 등 유해 74위를 국내로 봉환했다.

이들의 추모식은 지난해 3월 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다.

유해는 이후 제주 애월에 있는 선운정사에 임시 안치됐다.

이후 피해자 유가족을 찾는 작업이 이뤄졌고 2개월여 만에 성과가 나왔다.

행안부에서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봉환사업을 총괄하는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민화협에서 제출받은 74명의 명부와 과거 정부에 신고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명단을 대조해 지난해 5월 피해자 4명의 유가족을 찾아냈다.

행안부는 유가족들이 유해를 찾아갈 수 있도록 접촉하라고 재단과 민화협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이후 약 열달 동안 유족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4명 가운데 3명의 유족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데도 유해 인수를 위한 작업은 답보상태다.

日강제동원 피해자 유해, 가족 찾고도 열달간 '임시안치' 신세

민화협은 유가족들이 유해를 인수하도록 하는 일은 민간단체에서 할 수 없으며 행안부나 산하기관인 재단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화협 관계자는 "유해봉환은 통국사와 교류해온 우리가 진행했지만 시민단체로서 유가족과의 접촉 등 행정적인 일까지 할 수는 없다"며 "유족들이 유해를 모셔가도록 해 달라고 지원단과 재단에 건의는 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그러나 정부가 직접 추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의 일본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양국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기에는 민감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관계자는 "군인이나 군무원으로 강제동원된 조선인 유해 봉환과 달리 민간인 피해자 봉환은 한일 양국 간에 아직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공공기관인 재단에서 유가족과 접촉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측에서는 아예 다른 차원의 답변을 내놓았다.

74위 가운데 유가족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으며 행안부나 민화협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전달받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DNA 분석 작업과 명단 대조 작업을 일부 진행했지만 유족 정보는 확인된 바 없고 행안부나 민화협에서 통보받은 것도 없다"면서 "유족 정보는 행안부가 가지고 있어 그쪽에서 정보를 줘야 (유족과) 연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재단의 상위기관이고 재단과 민화협은 유해봉환 사업을 함께 진행했음에도 삼자가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런 동안 유족들은 가족을 찾았다는 사실도 통보받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행안부와 재단은 심각한 소통 부재를 드러냈다.

재단에서는 지난해 8월 자체 실태조사를 진행해 74명 중 5명의 유골에서 DNA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유가족 정보와 대조하는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하려면 행안부와 재단이 협의해야 함에도 아직 결과도 공유되지 않은 상태였다.

재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작년 12월에 DNA 분석 결과가 나왔으나 담당 직원들 계약이 연말로 끝나고 새 직원을 뽑는 과정을 거치느라 아직 행안부에 전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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