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우려 여전한데 학생들은 학원으로
교육부, 추가 개학 연기 고심…교육 현장에 퍼지는 혐오에는 뒷짐
아이들 없이 '불신'만 남은 3월 첫주 학교…개학 또 미뤄지나

매년 3월 1일은 3·1운동을 기리는 국경일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새 학년에 올라가는 설렘으로 가득한 '개학 전날'이기도 하다.

매년 이날이 되면 백화점과 쇼핑몰은 새 옷과 가방·신발을 사러 온 아이들과 학부모로 붐볐고, 문구점은 동네의 작은 문방구와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를 가릴 것 없이 학용품을 고르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전국에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사상 처음으로 전국 학교 개학이 1주일 연기됐기 때문이다.

학생이 사라진 학교 운동장에는 다른 학생·학부모가 감염자는 아닌지 의심하는 불신의 눈초리가 남았다.

교육부는 추가 개학 연기를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아이들 없이 '불신'만 남은 3월 첫주 학교…개학 또 미뤄지나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국 학교에 휴업령을 내린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군사 정권 때 콜레라가 유행했을 때도 전국 휴교령이 내려진 바는 없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했을 때도 전국 휴교령 없이 지역별로 학교가 휴업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교육부가 전례 없는 전국 휴업령을 결단한 배경에는 개학 직전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기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전국 학교 문을 1∼2주일 닫아버리면 수업 진도나 시험 일정 등 전반적인 학사일정이 모두 어그러진다.

만약 2학기에 전국 학교가 쉬면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등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의 고입 일정,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의 대입 일정까지 전부 엉킨다.

이 때문에 교육 당국 입장에서는 학기가 진행 중일 때는 감염이 크게 우려되는 일부 지역 학교만 휴업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

물론 이번 '개학 연기'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대구의 경우 전국 개학 연기에 사흘 앞서 개학 1주일 연기를 먼저 발표했는데, 이때까지 교육부는 개학 연기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대구 전체 개학 연기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권영진 대구시장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개학 연기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 없이 '불신'만 남은 3월 첫주 학교…개학 또 미뤄지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는 만큼 교육부가 선제적으로 개학을 1∼2주일 더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감염 확산세는 어차피 단기간 추이를 예측할 수가 없으므로 차라리 개학을 3월 중순 이후로 미뤄놓고 안전하게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학을 더 미루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며 추가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교육부는 확진자 증감 추이에 따라 개학 추가 연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2월 마지막 주에만 확진자가 1천500명 넘게 증가해 2천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들을 통한 2차·3차 감염 우려를 고려하면, 최소한 3월 둘째 주까지는 집단으로 모이는 상황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는 3월 첫째 주 초반에도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 주중에 추가 개학 연기 발표를 검토할 방침이다.

아이들 없이 '불신'만 남은 3월 첫주 학교…개학 또 미뤄지나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에는 집이나 학원에 머무를 전망이다.

교육부가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감염이 우려된다면서 전국 학원에 휴원을 권고했지만,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전국 학원 8만6천430곳 가운데 49.6%(4만2천895곳)만 휴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학원 1만4천974곳 가운데 5천63곳(33.8%)만 휴원했다.

학원이 휴원하지 않으면 미간을 찌푸리는 것은 교육부 장관과 관료들뿐이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학원이 돌봄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반긴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메르스 사태 이후 학원에 휴원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지 검토했다가 추진하지 않았다"면서 "교육부 스스로 자초한 사태"라고 꼬집는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국가가 '교육적'으로 신경 써야 할 점은 아이들에게 '불신(不信) 사회'를 물려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한 학부모께서 '○○이네 집이 중국인 가사도우미 쓴다.

○○이 학교 못 나오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민원 전화를 하시더라"면서 "중국 여행 갔다 온 친구한테 '코로나'라고 놀리는 아이도 있다.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혐오는 무지에서 온다.

개학 연기 기간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보건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복지부는 교육을 모르고, 교육부는 보건에 뒷짐 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에서 보건교육 태스크포스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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