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5년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만으로 린치를 당해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10대 흑인 소년 에멧 틸의 이름을 따 인종적 증오범죄에 근거한 사적 린치를 처벌하는 법률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바비 러시(공화·일리노이)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26일(현지시간) 표결에서 찬성 410, 반대 4로 승인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린치를 연방 증오범죄로 간주해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고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다.

미국서 인종차별적 린치 처벌하는 '에멧 틸' 법 65년만에 입법
하원 블랙 코커스 소속인 러시 의원은 "이 법의 중요성은 과장될 수 없다"면서 "샬러츠빌부터 엘패소까지 우리는 여전히 에멧의 목숨을 앗아간 것과 같은 폭력적 인종차별주의와 맞닥뜨리고 있다"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에멧 틸 사건 발생지를 지역구로 둔 베니 톰슨(민주·미시시피) 하원의원은 "반 린치 법안은 너무 오래 계류돼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의를 보장받도록 하는 데 늦었을 때라는 말은 없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러시 의원은 "이 법률은 4천여 명이 넘는 린치 피해자들에게 뒤늦게나마 정의를 실현하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에멧 틸 사건은 1950년 흑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사건이다.

영화 소재로도 대중에 알려졌고 지난 2018년 발생 63년 만에 재수사가 이뤄졌다.

14세 흑인 소년 틸은 1955년 8월 28일 미국 미시시피주에 있는 삼촌 집에 놀러갔다가 근처 상점에서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격분한 백인 남성 2명에게 린치를 당했다.

틸은 남성들에게 납치당한 뒤 근처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의자 두 명이 체포됐으나 전원 백인으로 이뤄진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려 사건 장본인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연합뉴스